현재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대 증권사 중 상장사는 총 12곳인데 이 중 자사주 지분율이 20%를 넘기는 곳은 신영증권(대표 원종석·황성엽)과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 등 3개사다.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신영증권으로 5일 기준 자사주 지분율이 53.1%에 달한다. 반면 원국희 명예회장 등 지배주주 지분율은 21.85%에 그친다.

대신증권도 자사주 지분율이 25.12%로 양홍석 부회장 등 오너 일가를 포함한 지배주주 지분율 17.9%보다 8.12%포인트나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지분율이 22.98%로 높은 편이지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지분 34.3%를 가진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보유한 우호 지분이 32.24%에 달해 경영권 장악에는 영향이 없다.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또는 보유한 자사주를 빠른 시일 내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면 보유한 오너일가 지분율도 동반 상승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애초에 오너일가 지분율이 낮아 상승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자사주가 전체 유통 주식의 절반 이상(53.1%)이면서 지배주주 지분율은 21.8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창업주인 원국희 명예회장 지분(10.42%)이 2세 원종석 회장(8.19%)보다 더 많을 정도로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당 증권사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더라도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지배주주의 지분율도 자연스레 상승한다는 공통된 설명을 하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도 "자사주가 모두 소각되더라도 지배주주 지분율이 오르면 올랐지 하락하지 않는다"며 "자사주 소각 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며, 그간 꾸준한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성장을 위해 자본을 활용해야 하는 증권업 특성상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본 활용의 여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의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는 시점에서는 활용 가능한 자본 규모를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며 "비용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과정에서 자본 축적이 저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