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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소비자법과 민법의 새 좌표를 묻다...‘2025 한국소비자법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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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소비자법과 민법의 새 좌표를 묻다...‘2025 한국소비자법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 개최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06.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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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어시스턴트와 알고리즘 계약의 확산에 따라 소비자법과 민법의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규범 질서를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27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5 한국소비자법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렸다. 

올해 학술대회는 ‘신기술, 소비자법과 민법의 교차-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 데이터 기반 상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는 현실에서 민법과 소비자법의 경계를 재조명하고 실효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개회식과 제2부 공동주제 세션, 제3부 개별주제 세션으로 나눠 진행했다.
 


김현수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박배근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전체 진행은 김세준 한국소비자법학회 총무이사겸 성신여대 교수가 맡았다.

김현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으며 법은 그 사람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오늘의 논의가 기술 변화 속에서도 소비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미래 법질서를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한 학술적 논의를 넘어 실제 입법 및 정책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됐다”며 AI 기술과 민사법, 의사능력 규정 신설, 최종매수인 구상제도 등 발표 주제의 시의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주제 세션에서는 ‘민법개정과 소비자법’을 주제로 ▲최종매수인의 구상제도가 소비자보호에 미치는 효과 ▲민법 개정에서의 의사능력 규정 신설과 소비자계약 두 개의 발제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종희 연세대 교수는 최종판매자에게 과도한 책임이 집중되는 현 구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종희 교수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소비자에게 제품 하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최종판매자가 그 책임의 원인이 제조나 도매 단계에 있음에도 이를 소급해 구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결국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소매업자만 법적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BGB) 제478조와 제479조에 제조업자와 도매업자에 대한 구상권을 명시하고 최종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수리·교환·환불을 해준 경우 그 비용을 상위 단계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공급망 전반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각 발제 후에는 김세준 성신여대 교수, 김기환 충남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해 민법과 소비자법 간 정합성 확보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민법과 소비자법의 미래’를 주제로 인공지능 및 자동화 기술과 관련된 소비자 보호 방향이 논의됐다.

사회를 맡은 정진명 단국대 교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기술과 민사법: 계약법과 손해배상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AI 기반 거래가 민법상 ‘의사표시’ 개념에 던지는 질문과 책임 귀속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발제를 맡은 이해원 강원대 교수는 “AI가 기술적 진보를 넘어 계약 체결 방식이나 법적 책임의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는 단계에 와 있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기존 AI보다 자율성과 적응성이 현저히 높아 법적 논의의 출발점도 기존의 ‘약인공지능’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AI가 체결한 계약의 법적 효과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에 대해, AI를 사용자 의사의 실현 수단으로 보는 ‘도구설’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AI 사용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반 거래가 대부분 소비자 계약인 점을 고려할 때, 최종적인 책임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는 않으며, 전자상거래법상 철회권 등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형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센터장과 박봉철 동아대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이병준 고려대 교수는 ‘인공지능, 자동화된 의사결정 그리고 소비자법의 대응 방향’을 다루는 토론의 사회를 맡았다.

발제를 맡은 정신동 한국외대 교수는 “AI 기반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도입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소비자계약의 법적 구조와 책임 귀속의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며 “기존의 인간 중심적 소비자법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사자, 정보 제공, 소비자 보호의 원칙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유럽법연구소(ELI)의 알고리즘 계약 프로젝트는 AI가 소비자계약에서 단순한 지원 도구를 넘어 계약의 교섭·체결·이행에 직접 관여하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전제로 계약의 귀속, 정보 흐름, 소비자 권리 보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려는 시도”라며 “특히 '디지털 어시스턴트'와 '알고리즘 계약'이라는 개념 정의를 통해 향후 EU 소비자법의 총칙에 준하는 규범 체계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자율성과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계약 체결 전 정보제공 의무의 실효성, 불공정 상거래 행위 규율 범위, AI 시스템의 취약성 등에 대한 소비자법의 기존 전제가 도전을 받고 있다”며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소비자가 ‘증강된 소비자’ 혹은 ‘알고리즘 소비자’로 기능하게 되는 변화는 정보비대칭이나 협상력 열위라는 전통적 소비자법 논리를 재검토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한 “ELI 보고서는 소비자와 사업자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세 가지 계약 시나리오에 공통 적용될 수 있는 8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EU 지침 개정이나 신규 법제화의 핵심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이들 원칙은 계약의 투명성과 귀속 문제 외에도 지속가능한 소비, AI 조작 가능성 등 새로운 소비자법 이슈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과 이재호 한국소비자원 박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같은 시각 제1법학관 218호에서는 소비자법 중심의 개별세션이 병행 개최됐다. 최광준 경희대 교수와 김두진 부광대 교수가 각 주제에 대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성미 국립순천대 교수, 손홍락 동아대 교수, 김민성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법 체계에서의 사회적 규정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으며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팀장, 진도왕 인천대 교수, 김화 이화여대 교수 등이 ‘사회적 약자와 소비자법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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