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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겠다, 다크패턴③] 해지 버튼은 흐릿, 가입 버튼은 도드라지게...‘선택 강요’ 상술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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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겠다, 다크패턴③] 해지 버튼은 흐릿, 가입 버튼은 도드라지게...‘선택 강요’ 상술 성행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08.11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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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이나 구독서비스에서 소비자 몰래 결제를 유도하거나 탈퇴를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이 갈수록 교묘해짐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대표적인 다크패턴 6가지를 금지하고 이달부터 본격 단속에 나선다. 취소·탈퇴 방해와 자동 체크 옵션을 비롯한 6가지 금지 행위를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 현황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쇼핑과 구독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교묘한 시각적 기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상술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쇼핑, 배달, OTT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잘못된 계층구조’ 같은 기만적 설계로 결제를 유인하고 해지를 어렵게 하는 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운영할 때 소비자에게 재화·서비스의 구매·가입·체결 또는 취소·탈퇴·해지와 관련된 선택항목을 제시하는 경우 크기·모양·색깔 등 시각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두고 특정 항목이 유일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멤버십 및 결제 등 해지 단계에서 ‘유지하기’ 버튼에만 진한 색상을 입히고 ‘해지하기’ 버튼은 화면 구석에 희미한 글씨로 표시하거나 테두리 없이 글자만 배치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잘못된 계층구조가 가장 성행하는 분야는 단연 유료 멤버십 서비스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네이버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해지 절차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할 수 있는 UI 설계를 하고 있다.

해지 화면에서 ‘계속 이용하기’ 버튼은 브랜드 컬러인 초록색 박스 버튼으로 강조돼 있는 반면 ‘정기결제 해지’, ‘즉시 종료하기’, ‘환불받기’ 등 업체에 불리한 선택지는 흰색 배경, 또는 회색 텍스트로 처리된 모습이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소비자가 ‘해지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신세계유니버스클럽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신세계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유니버스클럽’ 역시 잘못된 계층구조 사례에 해당한다.

멤버십 해지 화면에서 ‘혜택 계속 받을게요’라는 멤버십 유지 버튼은 진한 색상과 박스 처리로 시각적으로 부각돼 있는 반면 ‘해지하고 혜택 그만 받을게요’ 버튼은 눈에 띄지 않는 흰색 배경과 무채색 텍스트로 디자인돼 있다.

두 버튼의 디자인이 대비되면서 사용자에게 멤버십 해지보다 유지 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유도된다.
 

▲배민클럽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배민클럽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배달의민족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도 유사한 구조다.

해지 화면에 진입하면 ‘전용 혜택 유지하기’ 버튼은 색을 입힌 큼직한 버튼으로 강하게 강조되며 그 위에 위치한 ‘해지하기’ 버튼은 별도 색상 없이 작은 텍스트로만 표기돼 있다.
 

▲똑닥 유료 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똑닥 유료 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의료 플랫폼 ‘똑닥’의 유료 멤버십 역시 해지 절차에서 선택항목 간 시각적 불균형이 뚜렷하다.

해지 화면의 하단에 위치한 ‘그래도 해지할래요’ 버튼은 회색 박스로 눈에 띄지 않게 배치돼 있고 대비적으로 ‘멤버십 유지할래요’ 버튼은 선명한 노란색 박스로 강조돼 있다. 특히 해지 버튼은 스크롤을 내려야 보이도록 설계돼 있어 이용자가 해지를 인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왼쪽부터) 티빙과 컬리 구독 및 유료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왼쪽부터) 티빙과 컬리 구독 및 유료멤버십 해지 시 버튼 시각 구성

반면 OTT 서비스인 티빙은 해지 화면에서 ‘이용권 유지하기’ 버튼과 ‘정기결제 해지하기’ 버튼의 디자인이 동일하게 구성돼 있어 소비자가 오인할 여지가 낮았다.

신선식품 플랫폼 컬리도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해지 화면에서 ‘혜택 유지하기’와 ‘구독 해지하기’ 버튼을 동등한 형태로 배치해 선택지를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소비자는 모든 선택항목이 동등하게 구성된 화면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특정 옵션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의도치 않은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잘못된 계층구조’는 겉보기엔 여러 선택지가 공정하게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옵션만 눈에 띄도록 설계돼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다. 회원가입·결제 유지·계약 체결 등 화면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인 가입 유지, 혜택 계속 받기 등의 버튼만을 크고 선명하게 강조하고 반대 선택지인 취소·해지·탈퇴 등은 흐릿하거나 작게 표시해 소비자가 해당 선택지를 인식하거나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UI 설계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특정 선택을 유도하는 시각적 강제가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은 서비스 유지나 결제를 하게 되고 옵션 간 비교도 어렵기 때문에 자율적인 소비 결정을 방해받게 된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초 발간한 ‘디지털서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크패턴 사례집’에 따르면 다크패턴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2%가 구독 취소 과정에서 ‘유지’ 버튼이 더 눈에 잘 띄게 설계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5.2%는 해당 디자인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고 느낀다고 응답해 시각적 설계가 실제 소비자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올해 2월20일부터 3월19일까지 OTT, 쇼핑 멤버십, 배달, 승차, 음악 스트리밍 등 5개 분야 13개 주요 구독 서비스의 해지 단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69.2%에서 ‘잘못된 계층구조’가 해지 과정 전반에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8.4%가 ‘해지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가운데 52.4%가 ‘해지 메뉴 찾기가 어려움’을 이유로 꼽으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개정…“이제는 시각적 차별로 소비자 오도 못 한다”

공정위는 이같은 ‘잘못된 계층구조’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온라인상 기만 행위로 판단하고 올해 2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제21조의2 제1항 3호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가입·구매·해지 등과 관련된 선택항목을 제시할 때 해당 항목들 간 크기·모양·색깔 등에서 현저한 시각적 차이를 두며 특정 항목만 선택 가능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는 위법이다.

예컨대 해지 화면에서 ‘멤버십 유지’ 버튼만 진한 색상으로 강조하고 ‘해지하기’ 버튼은 희미하게 표시하는 방식처럼 소비자의 눈길을 의도적으로 특정 옵션에 유도하거나 다른 선택지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지·탈퇴 버튼이 지나치게 작거나 흐릿하게 처리된 UI, 또는 가입·유지 버튼만 선명하고 강조된 화면 설계는 모두 단속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피해 방지가 어려운 경우 영업정지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과태료는 최대 500만 원까지 부과된다.

공정위는 “소비자는 여러 옵션이 동등하게 구성된 중립적인 화면을 보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선택 및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어느 한 옵션이 지나치게 강조돼 있는 경우 마치 그 옵션만을 선택 가능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오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각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가지지 않으려면 각 선택항목이 병렬적이고 무차별하게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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