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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왕좌의 게임⑤-끝] 아시아 최고 금융사 꿈꾸는 박현주·김남구, 영토 확장 잰걸음...미래에셋 가상자산, 한국금융 보험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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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왕좌의 게임⑤-끝] 아시아 최고 금융사 꿈꾸는 박현주·김남구, 영토 확장 잰걸음...미래에셋 가상자산, 한국금융 보험 눈독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5.10.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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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김남구)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1위 금융투자회사'(박현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치열하게 1위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증권사를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두 사람의 공통된 목표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은 그룹 태생부터 자산운용과 캐피탈에서 시작한 것을 비롯해 2005년 SK생명, 2018년 PCA생명 인수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사세를 키워나간다. 최근에는 가상자산산업에 관심을 보이며 계열사 미래에셋증권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은행과 보험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던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58%를 보유하면서 은행업에 진출했다. 이후 카카오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면서 현재는 계열사 지분 포함 34%-1주를 가진 2대주주로 내려오고 자회사에서도 제외됐지만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벌이는 등 보험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증권사 중심의 '한투' 비증권 기여도 30% 유지하는 미래에셋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자산 성장을 이뤄갔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7년 한투금융의 총자산은 48조677억 원이었지만 7년이 지난 2024년 기준 108조7231억 원으로 약 2.3배 늘었다. 

그 중 한국투자증권은 37조5451억 원에서 90조7155억 원으로 약 2.4배 증가했지만 비증권 계열사는 같은 기간 11조626억 원에서 18조76억 원으로 약 1.6배 늘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비증권 계열사의 자산은 2017년 11조626억 원에서 이듬해 18조838억 원으로 7조 원 가량 급증하게 된다. 당시 지분 58%를 보유한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자산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듬해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2대 주주로 내려오고 지분율도 58%에서 34%로 떨어지면서 자회사에서 제외되자 2019년 한 해에만 비증권 계열사 총자산이 10조 원 넘게 줄어든다.

이후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 중심으로 자산 성장을 이어갔지만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엔 나서지 않았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육성과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등 실탄 지원에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갔다. 
 

▲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총자산이 64조 원이었지만 2년이 지난 2024년 기준 90조 원으로 2년 만에 총자산이 26조 원이나 급증한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4차례에 걸쳐 1조7770억 원 증자를 단행했고 업황 호조에 따라 평가자산이 확대되면서 자산이 크게 늘었다. 

증권 자산에 비해 비증권 계열사 자산 증가속도가 늘리면서 현재도 한국금융지주 내 비증권 계열사의 영향력은 낮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금융지주 비증권 계열사 자산 비중은 16.6%로 2017년 23%보다 오히려 6.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미래에셋그룹(이하 미래에셋)은 통합법인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자산 기준 비증권 계열사 비중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증권사의 영향력이 큰 편이지만 그룹 태생부터 자산운용사와 캐피탈을 기반으로 설립됐고 2005년 SK생명을 인수해 미래에셋생명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일찌감치 자산운용-보험-캐피탈로 이어지는 비증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첫 연간 보고서가 나온 2017년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총자산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57조4173억 원, 비증권 계열사는 35조1934억 원으로 비증권 비중은 38%였다.

이후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생명 GA 계열사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이 2018년 탄생하고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초 모회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합병한 것을 제외하면 비증권 계열사 라인업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
▲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

총자산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2년 총자산이 7조 원 가량 감소한 것 외에는 매년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업황 호조와 보유자산 평가액 증가 영향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이 10조 원 증가하면서 작년 말 기준 총 자산 95조1663억 원에 달했다.
 
비증권 부문은 미래에셋생명이 지난 2020년 자산 40조 원을 돌파한 이후 4년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 기준 총자산이 32조4000억 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 등 일부 계열사 자산이 증가하면서 전체 비증권 계열사 자산은 2017년 35조1934억 원에서 2024년 46조8186억 원으로 약 11조7000억 원 늘었다. 비증권 부문 자산 비중도 38%에서 33%로 5%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증권/비증권 비중이 2대1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증권 분야에서는 미래에셋이 판정승을 거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미래에셋 비증권 계열사 자산은 46조8186억 원으로 18조76억 원에 그친 한국금융지주보다 약 2.6배 더 많았고 순이익도 미래에셋이 8444억 원으로 2100억 원에 머문 한국금융지주보다 4배 가까이 더 많았다. 

비증권 계열사 기여도 역시 작년 말 기준 총자산 비중은 미래에셋이 33%로 16.6%에 그친 한국금융지주보다 2배 더 높았고 순이익 비중은 미래에셋이 54.7%를 기록해 18.9%에 그친 한국금융지주와 3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 '보험' 눈독 들이는 김남구, '가상자산' 주목하는 박현주

김남구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이라는 목표를 두고 은행과 보험 등 비증권 분야 개척 시도를 오랜기간 진행해왔다. 

초반에는 주로 은행업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과점주주로 참여하고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고 이듬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1대 주주로 올라오면서 한국투자증권은 2대 주주로 내려간 뒤로는 은행업에 대한 별다른 소식은 없다. 

김 회장 역시 은행 인수설에 대해서는 수차례 단호하게 부인하며 선을 긋는 모습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우리은행 잔여지분 인수설이 불거지자 "일각에서 내 마지막 꿈이 상업은행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은행업을 일부러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김 회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보험업이다. 한투금융은 지난 2023년 한화생명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 원 가량 지분투자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매물로 등장했던 KDB생명과 BNP파리바생명의 유력 인수 후보로도 거론됐다. 최근에는 회계 자문사를 선정해 롯데손해보험 실사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 역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며 보험업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래에셋의 관심사는 가상자산업이다. 박현주 회장은 가상자산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수 년전부터 가상자산을 미래의 먹거리로 제시하며 청사진을 밝힌다. 증권업에서 이미 드러난 박 회장의 '야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22년 그룹 신년하례식을 통해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처음 언급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 하는데 국가 시스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경쟁도 메타버스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다"면서 "세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다양하게, 주저하지 말고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사람들이 블록체인, 메타버스, 코인을 얘기하면서 가상의 세계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가상세계가 단순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주는 실체”라고 강조했다. 

발표 직후 미래에셋은 가상자산수탁사업 전담법인 '디지털 엑스' 설립을 공식화하지만 이후 가상자산 업황이 악화되면서 법인 설립은 현재까지 잠정 보류된 상태다. 

그러나 계열사 차원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 꾸준히 조직을 확충하는 등 움직임을 이어갔다. 올 들어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내부 디지털자산 조직을 본부로 격상하고 자체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법제화가 진행중인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서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관련 부서를 만들어 사업을 논의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계열사인 글로벌X가 지난 6월 비트코인 커버드콜 ETF를 선보이며 가상자산과 연계한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상품은 박 회장이 지난 2월 'ETF 랠리' 행사에서 "기존에 없던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한다"고 선언한 뒤 나온 첫 결과물로 주목 받았다. 

◆ "2세 경영 없다" 자녀 경영참여 선 그은 박현주, 후계구도 시동거는 김남구

자녀세대의 경영참여와 관련해서 두 사람은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자녀 세대가 미래에셋의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고 수 년 전부터 공식화한 반면 김남구 회장은 후계구도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자녀 세대의 경영 참여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두 딸과 아들은 회사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는 선에서 머물 것이고 세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으며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에서 ‘숨은 지주사’로 꼽히는 개인기업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2세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약속한 박 회장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 미래에셋그룹 측의 설명이다.

다만 미래에셋의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위치한 미래에셋컨설팅을 여전히 박 회장 일가가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분승계 뿐만 아니라 경영권 참여에 대한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 회장의 장남 박준범 씨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인데 재직기간 화장품 유통기업 '이공이공'의 딜소싱을 맡고 최근에는 애슬레져 기업 안다르의 구주 투자를 주도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는 후문이다. 

자녀 세대의 경영 참여에 선을 그은 박 회장과 달리 김남구 회장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장남 김동윤 씨가 그대로 걷고 있다. 김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장녀 김지윤 씨의 행적은 거의 공개되지 않은 것과 달리 장남 동윤 씨는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동윤씨는 지난 2019년 다른 신입사원처럼 공채를 통해 입사하라는 아버지의 권고대로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거쳐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 강북센터지점에서 사원으로 리테일 영업을 경험한 뒤 기업금융1부, 경영전략실, 미국법인 등을 두루 거쳐 현재 한국금융지주 경영전략실에서 그룹 차원의 장기 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김 회장도 동원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해 채권과 IT, 기획파트 등을 경험한 뒤 뉴욕사무소를 거쳐 자산운용본부 임원과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는 등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받은 것처럼 아들 역시 같은 경로를 밟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아들 동윤씨의 경영승계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2023년 9월 캠퍼스 채용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승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아직 테스트 과정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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