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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재고 '0'개...자동차 부품 없어 수리 대기 수개월, 소비자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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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재고 '0'개...자동차 부품 없어 수리 대기 수개월, 소비자들 속앓이
제조사 책임 피해가는 현행법...차주 보호 '구멍'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09.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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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8월 2020년식 코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배터리 오류등이 떠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의뢰했다.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는 하이브리드 보조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이 전국에 1개도 없어 수리가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항의하자 업체는 부품사에 직접 연락하라고 안내했다. 이 씨가 부품업체에 문의했으나 현재 생산 중이니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연식이 오래된 차량도 아닌데 부품 재고 문제로 차량을 운행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인천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 6월 벤츠 GLS 450 차량을 구매했다. 일주일 뒤 자동 세차 중 운전석 안전벨트와 B필러 부분에서 물이 새 수리를 위해 벤츠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다. 직원은 문제 원인인 선루프 고무패킹 부분을 수리해야 하나 재고가 없어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이후 한 달을 더 기다려 8월이 돼서야 차량 수리가 완료됐다. 최 씨는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지연돼 비가 잦은 여름철 내내 차량을 운행하지 못해 불편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울 송파구에 사는 홍 모(남)씨는 지난 8월 2016년식 르노 QM6 차량의 엔진경고등이 점등돼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직원은 EGR밸브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있으나 전국에 재고가 없어 수리가 당장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홍 씨가 부품 수급 일정을 물어봤지만 언제 수급될지 모른다며 안전상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씨는 “부품 재고가 없어 운행하지 말라고 설명하는 업체 때문에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자동차 부품 수급난으로 수 개월째 수리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부품사에 연락하거나 타 지역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등 발품까지 파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국에 재고가 한 개도 남지 않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부품 확보 지연으로 수리가 무기한 늦어지는 경우에도 제조사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어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시적인 수요 급증이나 △계절적 요인 △협력사 상황 등 여러 요인으로 일부 품목에서 수급 지연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부품 수급 문제는 차량 연식에 상관없이 신차부터 단종 모델까지 다양한 차종에서 나타난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차량은 서비스센터나 부품사가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않는 데다 수요도 적다보니 생산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도 있어 부품 수급 문제가 더 잦았다.

국산차 관계자는 “연식이 오래된 차량은 서비스센터나 부품사에 재고가 없을 수 있다”며 “부품 생산은 수요를 우선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생산 소요 기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유럽에서 들여오는 EGR밸브는 현지 부품사 이슈로 수급이 지연되고 있다. 급한 건부터 먼저 부품을 조달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부품 수급 문제는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등 국산차뿐만 아니라 벤츠, BMW, 테슬라, 포르쉐 등 수입차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물류센터에 부품을 보관하고 서비스센터로 공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범퍼나 소모품 등 수요가 많은 부품은 비교적 재고가 충분하지만 수요가 적은 부품은 재고를 최소화해 운영한다. 이 경우 본사에 직접 주문해야 해 수급까지 시간이 더 소요된다.

수입차 관계자는 “자동차 한 모델에 탑재되는 부품의 수가 최소 2만 가지다. 국내 물류센터도 물리적 한계가 있어 수요가 높은 특정 부품 위주로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자는 자동차의 원활한 정비를 위해 단종 후 8년 이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자동차 부품 보유 기간을 단종 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사가 이 기간 내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도 별도의 패널티가 없어 사실상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현행 자동차 관리법은 '제조사가 단종 후 8년 동안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가해지는 패널티가 없다”며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거나 AS 기간을 2주 또는 4주로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대차 제공을 의무화하는 등 자동차 관리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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