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에 사는 이 모(남)씨는 2019년 LG유플러스 기업 고객으로 가입했다가 2022년 12월 KT로 이동하면서 해지 완료된 것으로 알았다. 앞서 셋톱박스와 전화 기기까지 모두 회수해 갔으나 실제 해지되지 않고 2년 동안 100만 원이 넘는 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 지난 4월 이메일 청구서를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가 LG유플러스 측에 문의했지만 “해지 내역이 없다”며 환불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씨는 “기기를 가져갔다면 자동 해지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환불이 어렵더라도 제도 개선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꼬집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확인해 본 결과 당시 해지 신청 접수건이 없었다”며 “지난 4월 확인 후 해지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 경기도 양주에 거주하는 윤 모(남)씨는 2022년 7월 KT 인터넷·TV 결합상품을 해지하고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후 3년 동안 KT 통신 요금이 계속 부과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KT에 따졌지만 “통화 기록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환급 요구에 처음에는 6개월치만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강경하게 재차 항의하자 18개월분을 환급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윤 씨는 “37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요금을 빼갔는데도 절반만 돌려주겠다는 건 부당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KT 측은 명확한 소비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해당 사례에 대한 개별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상품 해지와 관련해 고객 귀책 사유가 없을 경우 약관에 따라 이뤄진다”며 “정상적으로 해지 신청했는데 누락으로 불필요한 요금이 부과됐다면 배상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를 해지할 때 소비자가 절차를 깐깐하게 챙기지 않으면 해지가 완료되지 않아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10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요금이 빠져나간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늦게 알게 될수록 통신사 측과 과실 여부를 따지기 어려워 환불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수 년전 해지한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통신 요금이 수 년째 청구됐는데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통신요금 자동이체가 일반화되면서 소비자가 해지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쟁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등 통신사 전반에서 발생한다.
소비자는 고객센터 등을 통해 서비스 해지를 요구했으나 ▲통신사 직원의 실수로 누락되거나 ▲서류 미비 등으로 거절됐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해 넘어가는 경우다. 인터넷 같은 경우 업체에서 ▲셋톱장비까지 회수해갔음에도 해지가 완료되지 않고 요금이 청구되는 일도 있었다.
한 번 청구된 요금은 환불받기 까다롭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대부분 업체가 환급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사안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보니 통신사 측 과실이 명확할 경우 전액 환급 받기도 하나 최근 몇 개월 이내 요금만 돌려받거나 전액 환급 거절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통신사들은 회선 해지 신청 후 정상 처리됐는지, 자동이체로 불필요한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국이나 소비자 전문가는 소비자도 해지 과정을 면밀히 챙기고 증빙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세부 사안이나 과실 여부에 따라 환급 규모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 회선 해지 누락 사례는 사안별로 원인이 다르다”며 “통신사 귀책 사유가 확인되면 전액 환급도 가능하지만 이용자 측 착오가 있는 경우 최근 6개월분이나 12개월분만 조정되는 등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번호 이동 시 기존 회선 해지는 반드시 이용자가 직접 해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가 해지 요청 했음에도 통신사가 부인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증거 자료를 남겨야 한다”며 “통화 녹취나 온라인 신청 화면 캡처, 서류 보관 등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지 당시 증거를 남기지 못했더라도 뒤늦게 관련 자료를 찾아 제시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명확한 증빙을 가지고 있어야 부당한 요금 청구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