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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원인 못 찾아 서비스센터 들락날락...반복 수리 따른 시간·비용은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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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원인 못 찾아 서비스센터 들락날락...반복 수리 따른 시간·비용은 소비자 몫
정비인력 교육 강화·진단 프로세스 개선 요구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12.04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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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23년 7월 현대차 파비스 차량을 구매했다. 정차 시 배기구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지난해 9월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직원은 차량 진단기로도 고장 원인이 확인되지 않지만 에어컨 콤프레셔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부품을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년 간 4차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고압펌프, 에어컨 필터 등을 교체했다. 지난 7월 제조사 무상 보증기간이 지나자 요소수 SCR 시스템(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전환하는 장치) 고장이라며 수리비 100만 원을 요구했다. 김 씨는 “정확한 고장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품들을 순차적으로 바꾸기만 하다가 보증기간이 지나자 수리비 100만 원을 요구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 경기도 화성 산척동에 사는 문 모(남)씨는 2021년 4월 BMW 520i M Sport 차량을 구매했다. 2023년 7월 스탑앤고(정차 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시동이 켜지는 기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직원은 스타트모터 결함이라며 부품을 교체했다. 이후 같은 문제로 지난 8월까지 3차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스타트모터 교체, 스타트 모터 클리닝, 블랙박스 교환 등을 진행했다. 앞서 2022년에는 선루프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로 두 차례나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했다. 문 씨는 “차량 구매 후 첫 1년을 제외하고 매년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해 수리 받아도 재차 같은 고장이 나타나 정신,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스탑앤고는 현재까지도 정확한 고장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 순천에 사는 신 모(여)씨는 벤츠 GLA 250 차량을 2021년 5월 구매했다. 지난해 1월 차간거리 어시스트 작동 불가와 경고등 점등으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컨트롤 유닛 프로그래밍 및 코딩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해 10월 같은 고장이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고 차간 거리 어시스트 기능 점검 및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두 달 뒤 또 고장이 발생해 브레이크 시스템 중 전자식 주행 안전 시스템 유압 유닛을 교체해야 했다. 지난 3월과 6월, 10월에도 동일 문제가 재발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신 씨가 업체에 항의했으나 보증기간 내에는 무상수리 해주겠다고만 답했다. 신 씨는 “동일한 고장에 대해 2년 동안 6번 수리를 받았다. 서비스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벤츠 측은 "제보자의 고장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면서 현장 직원이 확인 했을 때 문제가 없거나 재시동 시 개선돼 원인 파악이 늦어졌다"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가 차량을 확인했고 내년 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차량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차량 고장으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수리만 반복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센터 진단 능력 부족으로 근본적인 고장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불필요한 부품 교체와 미흡한 수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러 차례 센터를 재방문하고 차량을 맡겨야 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은 모두 소비자 몫이라는 점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 인력 교육 강화와 진단 프로세스 개선 및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서비스센터가 정확한 고장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반복된 수리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적지 않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진단기, 전문 정비인력 배치 등을 통해 대부분 고장 원인을 정밀 파악해 수리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차량에 부품과 전장 시스템이 복잡하게 탑재돼 있어 모든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사람에 의해 수행되는 정비 과정상 원인이 즉시 파악되지 않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이 2만 가지가 넘어 정비사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서비스센터가 수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오진하거나 불필요한 부품 교체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의도적인 과잉수리가 아니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성이 높은 부품부터 교체해보는 ‘예측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제동, 동력 계통 등은 겉으로 확인이 어려워 문제가 의심되는 부품부터 교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차량 구조 특성상 모든 부품을 처음부터 뜯어보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리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은 모두 소비자 몫이라는 점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반복되는 수리로 인한 피해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 기준이나 보상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기능상 하자의 경우 수리 불가능 시 정액 감가상각한 금액에 10% 가산해 환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수리 불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권고에 그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눈 “수리 반복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빌리티의 복잡성으로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를 위한 법,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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