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요 외신들은 소니가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샤프로부터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합작 법인인 S-LCD로부터 공급받는 물량만으로는 급증하는 LCD TV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소니는 샤프로부터 50인치 이상 대형 TV용 10세대 LCD 패널을 장기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샤프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3800억 엔을 투입, 오사카에 10세대 패널 공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
소니의 공급선 다변화 결정은 삼성전자의 향후 LCD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2004년부터 삼성전자와 S-LCD 7-1라인 및 8-1라인 1단계 공정에 50:50으로 공동 투자, 월 7만5000대 이상의 LCD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은 S-LCD의 두 번 째 주요 고객이었던 것.
하지만 최근 소니는 LCD TV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에도 8-1라인 2단계 공정 투자를 주저했고 결국 삼성전자 단독으로 증설을 결정했다. 또 현재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8-2라인 합작 투자건 역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단독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8세대 합작 투자는 미루고 샤프와 손을 잡으려 한다는 점에서 소니가 장기적으로 패널 공급처를 삼성에서 샤프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 된다면 삼성전자 역시 소니 외 다른 TV 업체로 LCD 공급선을 넓힐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LCD의 주 거래선이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소니였다면 향후에는 소니 대신 다른 TV 제조 업체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S-LCD는 삼성전자와 소니에만 주로 LCD 패널을 공급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시장에서 소니가 샤프와 손을 새로 잡았다는 것은 향후 삼성전자와 대규모 추가 합작은 당분간 힘들다는 신호로 보인다”며 “한국 경쟁 기업을 키워줬다는 일본 내 비판적인 시각과 공급선 다변화 욕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삼성 특검 사태도 소니의 이번 결정에 한 몫 한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장기간의 특검 수사가 당장의 회사 경영에는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문제는 내년과 내후년”이라며 “합작이나 장기 공급 계약에서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니의 이번 결정은 이런 삼성전자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