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이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D램 후발 업체들이 세력을 새롭게 규합하기 위한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도체 시장 격변기에 삼성전자는 후발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하고도 특검 수사에 발이 묶여 당장 올해 사업 계획도 짜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마이크론과 손잡은 난야… 프로모스는 어디로? = 대만의 반도체 업체인 난야는 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마이크론과 50나노 이하 D램 생산을 위한 공동 기술 개발과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부터 마이크론과 난야가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는 루머가 파다했지만 해당 업체들은 발표 전날까지 노코멘트나 부인으로 맞서다 이날 전격 공동 기술 개발을 발표한 것.
난야가 마이크론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반도체 제조 방식을 기준으로 한 분파인 트렌치(trench) 계열에서 스택(stack) 계열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트렌치(trench)는 웨이퍼 아래를 파서 막을 쌓는 회로 방식으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택하고 있는 스택(stack. 웨이퍼 위로 막을 쌓아올리는 방식)과 달리 미세회로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야는 독일의 키몬다와 트렌치 계열에 속했고, 스택과 트렌치 계열은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8대 2의 비율로 나눠져 있었다.
난야가 스택 계열의 마이크론과 손을 잡게 됨에 따라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았던 트렌치 계열의 이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트렌치 계열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공법을 내놓고 역전을 노리고 있다.
키몬다는 최근 트렌치 공법을 대체할 새 D램 공법인 '베리드 워드라인(Buried Wordline)'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양산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키몬다는 이 기술이 30나노의 초미세 공정까지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대만의 프로모스도 최근 행보가 불안하다.
최근 발표된 아이서플라이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의 엘피다와 대만 프로모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특히 하이닉스의 60나노급 D램 기술의 프로모스로의 이전이 계속 연기되고 있어 기술력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프로모스로선 배를 갈아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프로모스는 60나노급 이하의 더욱 미세한 공정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이닉스로선 60나노급 기술 이전마저도 핵심기술 유출 논란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 올해 사업 계획 '모르겠다' = 후발 D램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할 삼성전자는 특검수사에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특검 사태로 인해 올해 주요 투자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주총회 날짜도 아직 잡지 못했다. 급기야 LCD 사업에서는 4년 이상 동업해 온 일본 소니로부터 결별 선언을 듣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차명계좌를 통해 만든 비자금으로 정관계에 무차별적으로 로비했다는 의혹은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 할 일이지만,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한 복판에서 의사 결정 라인이 멈춘 현 상황도 '엄살'로 치부하기에는 위기감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 일본계 기업 관계자는 "일본에 출장을 가면 삼성과 관련돼 쏟아지는 질문을 소화해 내느라 진땀이 난다"며 "어찌됐건 일본이 지금이야말로 삼성을 넘어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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