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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식품 쏟아지는데 규정 없어 혼란...'민간인증'만으로 정보공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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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식품 쏟아지는데 규정 없어 혼란...'민간인증'만으로 정보공개 한계
인증만료되거나 기업이 원치 않으면 인증 정보 검색불가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2.12.1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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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식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비건제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나 인증제도가 없어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비건 인증의 경우 공인인증이 아닌, 민간인증만 있는데 인증표시나 인증정보공개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비건 인증이라는 광고 문구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뒤늦게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한 모(여)씨는 최근 쿠팡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광고를 보고 A브랜드 섬유유연제를 구매했다. 하지만 제품을 받아본 한 씨는 의아했다. 제품 어디에도 비건 인증 마크가 없었기 때문. 한 씨는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광고를 믿고 구매했는데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씨가 산 제품은 비건 인증을 받은 게 맞다. 다만 업체가 제품 포장에 인증 표시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비건 인증 마크가 표시돼 있는 제품들
▲비건 인증 마크가 표시돼 있는 제품들
제품에 비건 인증 표시를 할지 여부는 업체 자율이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 제품상에 인증 마크 표시를 하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비건 인증은 민간 기관이 부여하기 때문에 제품상 표시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이 모(24)씨는 최근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B브랜드 샴푸를 구매했으나 인증 유효 기간이 지난 6월에 이미 만료됐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 씨는 “제품 광고에는 여전히 ‘비건 인증 제품’이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B브랜드 제품의 경우 이미 단종 돼 제조사에서 인증 갱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인증기관인 비건표준인증원 관계자는 “제품이 단종되거나 원료를 변경할 경우 업체들은 보통 유효기간 만료 후 재인증을 신청을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건 식품은 통상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제조·유통 과정에서도 동물성 실험 등을 배제한 식물성 식품을 의미하는데 국내에 한국비건인증원, 비건표준인증원 등의 인증기관이 있으나, 민간 조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를 받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비건식품의 제조 판매 및 광고와 관련한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품별로 표시 및 광고한 사항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실증책임을 져야 하며, 비건식품도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공인 인증기관이 없어 한국비건인증원 등 민간기관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비건 인증’은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제품 생산 공정 전 과정에서 교차 오염이 없으며 ▲제품에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등 여러 기준을 충족하면 부여된다.

비건 인증을 받은 업체는 제품의 내·외 포장지, 제품 본체, 웹사이트 등에 인증 마크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비건인증원의 경우 업체가 제품 상세 정보를 담은 서류를 제출하면 원재료를 검토하는 서류 심사 및 동물성 유전자 검사를 거친 후 비건 인증을 부여한다. 수입식품 등의 인증 신청 시 해외제조업소의 확인이 필요하다. 비건 인증 유효기간은 1~2년이다.
 

▲비건 인증 마크의 유효 기간이 지났으나 판매 페이지에 게시한 모습
▲비건 인증 마크의 유효 기간이 지났으나 판매 페이지에 게시한 모습
다만 앞서 소개된 사례처럼 비건인증을 받고 이를 홈페이지나 판매 사이트에 광고하더라도 인증마크를 부착할 의무는 없고, 인증정보 공개방식도 민간인증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동을 초래한다. 인증기간이 만료된 경우 인증정보가 검색되지 않고, 기업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검색에서 제외되는 등 비건인증 이력과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식약처는 지난 7월에서야 처음으로 비건 식품에 대해 허위 표시·광고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을 뿐, 비건에 대한 별도의 단속규정이나 인증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민간 채식단체 관계자는 “비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비건 제품에 대한 법령이나 기준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며 “비건 인증 표시제도 등 비건 제품에 대한 여러 구체적인 기준들이 마련된다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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