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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촌지실록'<30>미국산 소고기가 미국에서만 맛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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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촌지실록'<30>미국산 소고기가 미국에서만 맛있는 이유
  • 정리=김영인 기자 kimy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7.31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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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 기자가 미국에서 맛본 것 가운데 하나가 소 등심이다. '저명인사'가 김봉투 기자 일행을 초대했을 때도 먹어보았지만, 미국 등심은 맛이 좋았다. 부드럽고 연했다. 입 속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도도하고, 잘난 '무관의 제왕'들이지만 문제의식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다. '낑'을 받고, 공짜 술을 얻어먹고, '슈킹'을 하며 '헬렐레' 하지만 그래도 문제의식만큼은 있는 것이다. 기자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것이 발견되면 기사를 써야한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게 기자다. 그런 것들을 취재하러 다니는 것이 기자다.

어쩌다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꼬투리를 잡고 '붓 든 깡패' 노릇을 할 때도 있지만, 기자의 밑바닥에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낑'이라면 환장하는 김봉투 기자에게도 그런 게 있기는 했다.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기자다. 수입 쇠고기는 질긴데다가 맛이 없다고 사람들이 외면하는데 어째서 '현지'에서 먹으면 이렇게 맛이 좋은가 물어봤다. 귀국 후에도 이곳저곳 귀동냥을 해봤다. 그렇게 '취재'해보았다. 물론 들은 풍월이다.

미국 사람들은 잡은 지 대충 2달이 안 된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했다. 갓 잡았기 때문에 고기가 연하고 맛이 좋은 법이다. 그렇지만, 2달 정도 지나고 나면 아무래도 세포가 변할 수밖에 없다. 냉장기술이 발달해도 조금은 변한다. 그러면 고기가 질겨지고 맛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수입하는 쇠고기는 대부분 2달이 넘은 '묵은 고기'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질기고 맛도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호텔 같은 데서 파는 고기는 일반 수입 쇠고기와는 다르다. '현지' 맛하고 거의 같다. 갓 잡은 고기를 공수해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갓 잡은 고기만 자기들이 먹으면서, '맛이 간' 고기를 처분하기 위해 팔아먹겠다고 우리에게 수입개방을 요구한 셈이 된다. 자기들은 맛이 없어서 먹지 못하니까 너희들이나 먹으라고 강요한 것이다.

어떤 농림부 관리는 "심하게 말하면 수입 쇠고기 중에는 2차 대전 때 잡은 고기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라고 하기도 했다. '농담'이라고 밝혔지만, 그만큼 오래된 쇠고기도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질기다 못해서 가죽처럼 딱딱하다는 얘기였다.

적어도 '개방 초기'의 쇠고기는 맛이 없고, 질겼다. 사람들은 수입 고기가 싫다며 '한우'만 찾았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쇠고기 수출정책을 잘못했다. 자기들이 먹는 맛 좋은 고기를 싸게 수출했더라면 한국 사람의 입맛 정도는 아마도 쉽게 장악했을 것이다.

쌀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을 때도 그랬다. 미국은 당초 소비 인구가 많은 중국의 쌀 시장을 겨냥했다고 한다. 중국이 식량부족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 쌀 재배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모자라는 쌀을 수입할 것이고, 그러면 미국은 '떼돈'을 벌 작정이었다. '입맛'까지 따져서 이른바 '자포니카' 쌀을 대량 재배하도록 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중국은 오히려 풍작을 거듭했다. 식량을 자급하고도 남아돌게 되었다. 그러자 '대타'로 생각한 것이 한국과 일본이었다. 그래서 개방하라고 시장을 두드리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영원한 우방'인 미국이 마침내 쌀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서자 우리는 발끈했다. 자자손손 쌀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민족이기 때문이다. 쌀 개방만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도 쌀 시장만큼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걸고 방어하겠다고 했다.

당시 미국과 협상을 벌였던 공무원들도 속이 쓰렸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과 협상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개방 반대'였다. 협상 자료를 챙기느라고 매일 야근을 하다가 퇴근길에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홧김에 나온 말이 "과천에는 미국 달이 뜨나"였다.

'뼛조각 쇠고기'를 둘러싼 미국과의 마찰 때문에 떠올려본 '과거사'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 말았다. (200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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