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앓고 물 속에 머리를 담그기 무서워 배영을 먼저 배웠던 소년은 16년 뒤 세계 수영을 호령하는 황제로 변해 있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 얘기다.
펠프스는 12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한국의 박태환(19.단국대)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분42초96으로 세계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들어 벌써 3관왕이다. 출전하는 종목마다 금메달이 아니면 목에 걸지 않았다.
순도도 높았다. 10일 오전 개인혼영 400m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날 오전 계영 400m 멤버로 출전해 두번째 금메달을 맛봤다. 역시 세계 기록이었다.
이어 이날까지 3개의 금메달을 모두 세계 기록으로 장식했다.
여기에 펠프스는 1896년부터 시작된 근대 올림픽 112년 역사를 새로 쓸 참이다.
4년 전 아테네 대회에서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펠프스는 통산 9개로 역대 통산 최다 금메달 보유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동안 옛 소련의 체조 선수인 라리사 라티니나, 핀란드의 육상 선수 파보 누르미, 미국의 수영 전설 마크 스피츠, 역시 미국의 육상 스타 칼 루이스 등 4명 만이 올림픽에서 9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하지만 펠프스는 이마저도 넘어서려 하고 있고, 이는 기정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단일대회 최다인 7관왕 기록을 넘어 8관왕을 노리는 펠프스는 가장 불안했던 계영 400m에서 우승한 덕분에 아무런 이상 없이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13일 오전 접영 2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면 올림픽 통산 10개의 금메달을 보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올림픽 역사를 쓰게 되며 베이징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처럼 위대한 업적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펠프스는 작년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관왕을 노리다 혼계영 400m에서 동료의 부정출발로 아쉽게 7관왕에 머무른 뒤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기필코 8관왕을 이루겠다는 집념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훈련하는데만 소화했다. 어찌나 힘겹게 훈련했는지 지난 4월 미국 국내대회에서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해 수영장 한편에서 쓰러져 잠을 자다 자신이 뛰어야 할 차례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키 193㎝에 몸무게 88㎏의 몸매에 흠잡을 데 없는 영법까지 수영 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소유한 펠프스는 이미 확실한 '수영황제'의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여전히 꿈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