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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본드도 놀란 홍합의 접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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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본드도 놀란 홍합의 접착력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6.09.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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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체에 달라붙는 힘이 가장 센 생물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바다 암초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서식하는 홍합이다. 홍합은 칼로 긁어야 떨어질 정도로 질기다. 홍합 하나가 들어올릴 수 있는 물체의 무게는 무려 125㎏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에 유학 중인 젊은 과학자가 이런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에 얽힌 비밀을 단일 분자(分子) 수준에서 새롭게 밝혀내 ‘사이언스’ ‘네이처’지 등에 잇따라 소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생의학공학과 박사과정 이해신(33) 연구원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 8월14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홍합을 바위에 달라붙게 하는 접착 단백질의 힘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그 힘은 지금까지 생물체에서 알려진 가장 센 결합력의 4배”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이 제1저자인 논문은 이날짜 ‘주요논문(article highlight)’으로 소개됐다.

   보통 접착제는 물에 약하지만 홍합은 오히려 물 속에서 접착력이 더 세진다. 골절이나 수술부위를 봉합하는 의료용 접착제로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접착력이 워낙 세다 보니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개발에 걸림돌이 돼왔다.

   연구팀은 물질 표면의 미세한 굴곡을 측정하는 원자력현미경의 탐침(探針)에 홍합 접착물질을 붙여 그 힘을 측정했다. 놀랍게도 바위와 같은 무기물질에 붙는 수만 개의 분자 하나하나는 마치 포스트잇과 같이 붙였다 떼어지기를 반복했다.

   홍합은 지름 2㎜의 가는 실 모양의 접착패드(pad)들을 이용, 바위에 달라붙는다. 이 연구원은 “측정결과 접착패드 하나가 12.5㎏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합은 보통 10개 정도의 접착패드를 만든다. 따라서 홍합 하나가 무려 125㎏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홍합 접착제가 실용화되려면 대량생산이 관건이다. 1g의 생체 접착제를 얻기 위해선 무려 1만 마리의 홍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1g당 9000만 원에 육박해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이 연구원의 지도교수인 필립 메서스미스 교수는 따로 회사를 차려 대량생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AIST 이상엽 교수와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가 홍합의 유전자를 대장균 DNA에 삽입해 접착제 단백질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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