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치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김치에 안방을 내주면서 김치 무역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종주국 프리미엄을 완전히 잃기 전에 정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올해 적자 800억 이를 듯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수산물무역정보(KATI)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9천10만달러(17만5천995t)어치 김치를 수입하고 6천116만달러(1만9천350t)어치를 수출, 결과적으로 2천894만달러(약 376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1천733만달러에 비해 67.0% 많은 것이다. 수입액과 물량은 각각 27.0%, 22.6% 증가한데 비해 수출의 경우 금액이 14% 늘어나는데 그쳤고, 양 기준으로는 오히려 0.1%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김치 무역 적자는 2005년 11월 터진 국산 김치 안전성 파동의 영향으로 2006년 처음 1천763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작년에는 적자 규모가 거의 두 배인 3천553만달러로 급증한 바 있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적자가 5천934만달러(약 7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일본 수출량 1% 뒷걸음질
작년에 비해 올해 국내 배추 가격이 안정됐음에도 수입 김치의 99%를 차지하는 중국산은 9월까지 금액 및 물량 기준으로 작년보다 각각 27.0%, 22.6% 많이 들어왔다. 중국 김치의 전년대비 수입(금액 기준) 증가율은 2003년 한 때 2천%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 2004년 186.5% ▲ 2005년 74.1% ▲ 2006년 71.3% ▲ 2007년 26.0% 등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워낙 몇 년새 수입액 자체가 크게 불어난만큼 20%대의 증가율만으로도 국내 시장으로서는 큰 위협이다.
반면 국산 김치 수출의 89%(올해 기준)를 차지하는 일본 시장 공략은 2005년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일본 수출량은 1만7천171t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만7천29t에 비해 0.7% 줄었다. 다만 수출액은 4천729만달러에서 5천422만달러로 14.7% 늘었다.
대(對)일본 수출량은 지난 2006년 전년보다 23.2% 급감한 뒤 2007년 3.1% 회복하는데 그쳤고, 현재 정체 상태에 빠졌다.
◇ "한국 김치 안전하다" 39% 뿐
이처럼 김치 수출이 부진한 것은 주력 수출 시장인 일본에서 아직 안전성이 미흡하다고 인식되고 있는데다 일본 '기무치'와의 차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최근 펴낸 '해외 소비자가 본 한국 농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7월 일본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일본.중국 김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안전성.위생 측면에서 한국 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5점 척도 중 4~5점)한 응답 비율은 38.5%에 불과했다. 일본산의 64.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포장상태'와 '품질신뢰성'에서도 한국산(긍정대답 39.4%, 43.3%)은 일본산(55.8%, 56.7%)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적당한 맛'(56.7%), '브랜드 이미지'(53.8%)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산 김치가 일본 기무치(각각 43.3%, 49%)를 앞섰으나 격차는 크지 않았다.
특히 여성 응답자 56명 가운데 63%는 현재 일본산 김치를 주로 사먹는다고 답한 반면 한국산을 주로 구입한다는 사람은 34%에 그쳤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한국산 김치는 '본고장 맛'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위생 및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한국 김치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홍보는 부정적 기억만 되살릴 수 있는만큼, 한국 김치의 엄격한 품질관리 및 생산과정에 대한 견학, 정확한 성분.생산이력 표기 등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지화' 명목으로 지나치게 일본 기무치처럼 단순 절임김치를 내놓을 게 아니라 신맛의 숙성김치를 늘려 한국 김치 본래의 맛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