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2일(이하 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부실 금융기관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온 7천억달러의 구제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을 카드빚과 자동차 할부 및 학자금 대출 등 소비자 금융 쪽으로 돌리겠다고 밝혀 정부도 소비 위축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이처럼 구제 정책을 "수정하는데 아무런 유감이 없으며 사과하지도 않겠다"고 말해 상황의 급박성을 거듭 뒷받침했다.
미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 체인으로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가전업계도 대거 납품해온 베스타바이의 브래드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성명에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42년 회사 역사상 가장 심각한 영업 환경에 처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타바이측은 내년 2월 종료되는 현 회계연도에 당초 주당 3.25-3.40달러의 수익을 예상했으나 이제는 2.30-2.90달러로 낮췄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됐던 회계연도 매출도 470억달러에서 437억-455억달러로 하향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베스트바이 주식은 이날 장 시작 전 12.9% 폭락했으나 장중 반등해 6.8% 하락한 22.26달러에 오후장 거래가 이뤄졌다.
모닝스타의 브래디 레모스 애널리스트는 AP에 "베스트바이가 연말 연시 빅시즌에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대한 판매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소비자에게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타깃 등 미국의 다른 주요 유통 체인들도 내주 잇따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면서 이들 역시 베스트바이처럼 연말과 내년 매출을 일제히 크게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판매 추이를 전문적으로 추적해온 아메리카스 리서치 그룹의 브릿 비머 CEO는 블룸버그에 판매 동향을 분석해온 지난 23년 사이 "첫 연말연시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인 노드스톰과 메이시 및 앤테일러 스토어 등도 이미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췄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가운데도 월마트와 코스코를 비롯한 대량 할인판매 체인과 싸구려 물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달러숍' 정도만 간신히 연말연시 특수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베스트바이나 월마트의 경우 해외 판매망 확대에 특히 주력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의 경기 부진도 이들 체인망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슨은 재무부 기자회견에서 "소비자 금융 위축으로 자동차 론과 학자금 대출, 그리고 카드빚 부담이 크게 늘어 미국 소비자를 압박하고 이것이 결국 고용도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행된지 한달여를 맞고 있는 구제 프로그램은 그간 부실 금융기관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월가 쪽을 회생시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의회를 주도하는 민주당은 구제 프로그램이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백악관을 압박해왔다. 이에 대해 폴슨은 여전히 자동차 부문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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