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갑산면 산골 마을에 사는 강모씨가 지난11월 17일 일부러 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나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소비자제보'란에 올린 감사의 편지 한통.
"지난 10월 4일 LG사(LG텔레콤) 핸드폰으로 통신을 할 수가 없어서 올린 글이 있었습니다. 그런 후로 제가 있는 곳까지 LG사에서 오셔서 한 달만 기다려 주면 통화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꼭 한 달이 되자 통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주 깨끗하게 통화를 할 수 있어서 손님이나 저희가 이젠 마음놓고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LG사 여러분에게 고맙습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불만이나 피해를 접수한 이후 해당 기업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아 고맙다는 감사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제품 하자나 서비스 불만 등에 대해 업체 측에 수차례 항의하다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제보 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나는 부당하게 피해를 입을수밖에 없으나 다른 사람이라도 피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심리적인 복선이 강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거의 매우 만족스러운 AS를 받은 뒤 해당기업에 대한 감사 편지를 보내 오는 소비자들도 많다.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는 오랜 경험을 통해 ‘250의 법칙’이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한 사람의 인간관계 범위는 대체로 250명 수준이며 따라서 한 사람의 고객은 250명의 고객으로 간주해야 하다는 것이다.한 사람의 고객을 감동시키면 250명의 고객을 추가로 불러 올 수 있는 반면 한 사람의 신뢰를 잃으면 250명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의미다. 단 한 명의 소비자를 위해 충북 산골 마을을 방문한 LG텔레콤 직원은 조 지라드의 이 이론을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최근들어 부쩍 많이 접수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감동 편지 사례 일부를 소개한다.
# 사례 1 = 충북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 산골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지난 달 외진 산골로 이사를 해 휴양사업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LG 텔레콤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사한 뒤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는 사용이 됐던 만큼 의아한 생각이 들어 강씨가 LG텔레콤에 문의하자 해당 지역에 기지국이 설치돼 있지 않아 통화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이어 예산부족을 이유로 수신기 설치가 힘들다며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씨가 사용할 수 없게 된 LG 휴대폰은 통신사 이전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숙박 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던 만큼 손님들의 전화사용 불편까지 감당하기는 너무 벅찼다.
답답한 마음에 강씨는 본지에 불만을 접수했고 얼마 후 LG 텔레콤 직원이 직접 강씨가 사는 곳으로 찾아왔다.
강씨의 영업장소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던 만큼 직원의 방문에 강씨는 깜짝 놀랐다.
직원은 “제보 내용을 전달받고 방문했다. 한 달만 기다려주면 기지국을 세워 휴대전화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강씨는 직원의 말을 반신반의했지만 타 통신사로 이전하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렸다.
이후 약속된 날짜에 딱 맞춰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통화 감도도 너무 깨끗해 감격했다.
강씨는 “LG 직원이 산골까지 찾아와 준 만큼 나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읍내까지 나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감사의 글을 남겼던 것”이라며 "작은 약속이지만 철석같이 지켜준 LG텔레콤에 감사한다"고 제보글을 올렸다.
#사례 2= 서울시 길동의 최모씨도 지난 달 삼성 PDP TV가 고장나 제보글을 접수한 뒤 하루 만에 화끈하게 해결됐다며 역시 뜨거운 감사를 전했다.
최씨는 지난 2005년 이사를 하면서 삼성 42인치 PDP TV를 4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판매 사원이 일반 TV보다 수명이 길고 시청 시 피로감이 덜하다며 구입을 권유해 믿고 선택했지만 지난 달 갑자기 화면고장이 발생해 AS를 요청했다.
수리직원이 패널고장을 이유로 수리비 100만원을 안내해 최씨는 깜짝 놀랐다.
최근 PDP TV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만큼 100만원이면 새 제품 구입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최씨가 항의했지만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서비스 센터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했지만 자체 규정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구입 시 판매사원이 10년 간 거뜬히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안내했던 만큼 최씨는 서비스 센터의 대응을 납득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수명 3년인 TV를 400만원에 구입해 100만원을 지불하고 수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최씨는 “제보 글을 남긴 날 즉시 삼성 측에서 패널을 교체해줬다. 최초 100만원의 수리비를 안내받았지만 출장비 6만원만 지불하고 부품 및 패널은 무상 수리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례 3 =남양주시 도농동의 엄모씨는 지난 8월 모토로라 휴대폰 문제로 애를 먹다 제보이후 업체 측이 환불처리해줬다며 모토로라 코리아에 감사글을 남겼다.
엄씨는 지난 5월 모토로라 V9m 제품을 60만 원 가량에 구입해 한 달도 안 돼 대용량 배터리 불량으로 AS를 요청했다.
AS 센터에서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즉시 처리가 힘들다고 알린 뒤 연락을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답신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엄씨는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다시 쓰려고 모토로라에 저장된 전화번호 정보를 옮기고자 AS 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불량으로 전송조차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화번호부 정보 전송이 불가능해진 만큼 엄씨는 고장난 모토로라 휴대폰을 계속 사용했지만 한 달 후 액정까지 고장 나 또 한 번 AS를 요청했다.
엄씨는 제품에 문제가 많은 만큼 교환을 요구했지만 수리기사는 ‘백라이트 불량’을 안내한 뒤 엄씨의 동의도 없이 휴대폰을 분해해 부품 전체를 교환했다.
당황한 엄씨가 재차 교환을 요구했지만 기사는 “절대로 안된다. 소비자원에 고발하라”며 잘라 말했다.
엄씨가 휴대폰 구입처 직원의 안내로 소비자 상담을 받은 후 소장을 직접 만나 문의하자 소장은 휴대폰 불량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환불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다.
해결방법이 없어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려고 했지만 며칠 후 문자 수신도 안 되고 전원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엄씨는 잘못 구입한 휴대폰으로 애를 먹은 사연을 제보했고 한 달 만에 환불처리됐다는 소식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전하며 "불량 휴대폰으로 애를 먹인 모토로라를 크게 원망했지만 이번 문제 해결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주변에 모토로라 휴대폰을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소비자상담실장들의 모임인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변상만 회장은 "제조업체들이 단 하나의 불량도 없이 제품을 제조하는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제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 만족스러운 사후 서비스를 펼치느냐에 따라 고객을 영원한 적으로 혹은 동지로 갈라놓는 분수령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 기업들마다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단순한 불평자가 아니라 품질개선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서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기업에 모든직원분들이 저런분이라면 우리나라는 잘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