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고교 현대사 특강에서 이틀째 강연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 인창고에서 강의를 진행하려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안부 할머니들이 막아섰다.
일본의 식민지화(化)가 조선의 근대화, 문명화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안 교수의 강연이 열린 서대문구 인창고를 위안부 할머니들이 항의 방문했다.
길원옥(81), 이용수(80) 할머니 등은 "안 씨는 위안부가 강제로 끌려간 증거가 없고 식민지가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얘기를 주도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고교생들에게 그런 걸 못 가르치도록 `산증인'으로서 강단에 함께 서려고 왔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할머니들은 그러나 교직원들의 제지로 강연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안 교수는 보수인사 일색의 강사진 편성에서 불거진 우편향 논란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시종일관 조심스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우편향이란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내재적 발전과 외재적 발전, `캐치업'(catch up.따라잡기) 등 다양한 근대화의 방법을 소개하며 "강압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나는 보수적 견해에서 얘기를 하는 것일 뿐 옳고 그름은 학생들이 다른 얘기들도 들어보고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안 교수는 또 "진보계층은 독재와 외세의존을 들어 대한민국의 역사가 실패한 역사이며, 김정일과 손잡고 통일해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진보계층도 결국은 근대화의 산물인데도 한국을 아주 소중한 국가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의 현대사 특강 이틀째인 이날 서울에서는 11개 고교에서 특강이 열렸으며 전날과 같은 식의 파행은 빚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