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얼마 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대신 용돈을 부쳐드리라고 아내에게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가 진땀을 흘려야 했다. 회사에서 나오는 각종 수당을 모으기 위해 아내 몰래 개설한 `비자금' 계좌를 들켜버리고 만 것이다.
A씨는 "당신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으는 중"이라고 둘러댔지만 아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A씨는 뒤늦게 은행에 보안계좌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안계좌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폰뱅킹, 모바일뱅킹 등에서 고객이 신청한 예금계좌에 대해 조회나 이체 등 일체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해부터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객들이 잘 모르고 있다. 보안계좌는 한마디로 은행에는 있지만 전자금융상에는 없는 계좌다. 인터넷뱅킹 등으로 금융거래는 물론 계좌조회도 할 수 없다.
직접 은행으로 가거나 자동화기기(ATM)를 통해서만 조회나 거래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장명의로 자금을 이체하는 경리직원이나 배우자 등과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공유할 경우 본인만 알고 있어야 할 특정계좌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며 "인터넷뱅킹 고객 가운데 3~5%가 신청했다"고 말했다.
보안계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직접 찾아 신청하거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등록하면 되지만 인터넷뱅킹을 통해 서비스를 해지할 수는 없다. 보안계좌와 기능이 비슷하지만 인터넷뱅킹 거래가 가능한 `숨김계좌 서비스'도 있다.
신한, 우리은행 등이 시행 중인 이 서비스는 본인이 감추고 싶은 계좌를 미리 등록해 인터넷뱅킹 상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다.
한 번 등록하면 인터넷상 모든 거래가 중단되는 보안계좌와 달리 숨김계좌는 인터넷뱅킹 거래를 계속할 수 있으며 인터넷상 해당 메뉴를 선택하면 언제든지 계좌를 숨겼다가 다시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뱅킹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이 혹시라도 보안계좌 메뉴를 눌렀을 경우 계좌가 금방 드러날 수 있다는 게 맹점이다.
우리은행은 이외에도 잔액 1000만원 이상의 저축성 예금계좌를 보유한 고객들에 대해서 신청자에 한해 은행 창구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시크리트 뱅킹(Secret nking)'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