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과천청사에서 있었던 고위공무원단 오찬에서 "경제성장 비결은 우수 공무원 때문"이라며 한껏 추켜세우는 등 평소 공무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보고서 작성을 들어 공무원들의 매너리즘을 호되게 질책한 것.
노 대통령은 이날 `비전 2030'에 대한 이상수(李相洙) 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이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느냐", "양은 많은데 핵심이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보고서가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돼 있고 일목요연하지 못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잘 써라"고 강조해온 차에 노동부 보고서가 `시범 케이스'로 걸리게 돼 평소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이 진땀을 빼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 요약본도 없이 보고서 분량이 10여 쪽에 달한데다 분량이 많다 보니 보고시간도 10여분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각 부처는 보고서 작성시 요점이 부각되게 충실하게 쓰도록 노력해달라"며 "핵심 포인트를 잡아 추세에 대한 비교치나 지표 등을 잘 활용하고, 목표도 명확히 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보고서 쓴 사람을) 조치해 달라"고도 언급, 한때 회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내 "이 장관한테 뭐라고 한 것은 아니고 공무원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추스른 뒤 "각 부처는 보고서 잘 쓰는 사람들을 스카우트도 좀 하시고.."라며 중간중간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