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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장편소설>이 미친 넘의 사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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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장편소설>이 미친 넘의 사랑…(6)
  • 홍순도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1.22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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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는 문호의 참을성 부족으로 본격적인 어우러짐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듯 해 보였다.

마치 암코양이가 아예 반항할 의지조차 상실한 쥐를 다루는 것처럼 문호를 사정 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문호는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미 한 차례 격정의 순간을 경험했음에도 아직 몸속에 음욕의 찌꺼기가 남아 있었는지 하복부 부근이 심하게 들썩이고 있었다. 파정을 맞이하기 직전에 보이는 남자들의 일반적 모습이었다.

"아이고, 얘들아! 제발 그만, 그만! 도저히 못 견디겠어. 이러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한다고"

위쪽 여자의 앙징맞은 가슴을 계속 입 속에서 굴리던 문호의 입에서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조에 자포자기적인 느낌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진짜 파정에 이르기 직전인 모양이었다.

문호의 비명에 즉각 반응을 보인 쪽은 문호의 하복부를 집중 공격하던 여자였다. 문호의 하복부에서 입을 떼는가 싶더니 언제 핸드백에서 꺼내들었는지 무슨 파스같은 것을 그의 남성에 바르기 시작했다.

문호는 그 아득한 순간에도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가 확실해 보이는 츠츠가오(遲遲膏)라는 상표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타이완의 한량들이 종종 사용한다는 의학적으로 검증 안된 지루제였다.

다가올 파정의 순간을 단단히 준비하던 문호는 갑자기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터질것만 같던 하복부의 느낌이 마치 씻은듯 사라진 것이다. 그는 혀를 내둘렀다. 제대로 된 약인지는 모르겠으되 효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 틀림 없었다.

문호는 아래쪽의 여자가 묘하게 웃으면서 얼굴을 드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후끈 달아오른 얼굴에 유흥업소 여성 특유의 음욕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같은 욕정을 느꼈다.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찔한 몸을 말 없이 문호의 무릎 위에 앉혔다. 남자와 얼굴을 마주보면서 술을 마실 때 취하는 이른바 치마주(騎馬酒)의 자세였다. 문호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를 꼭 안아 하복부 쪽으로 더욱 밀착시켰다. 이심전심이 따로 없었다.

아! 여자가 한 10분이나 지났을 때쯤 나직한 신음을 토했다. 오르가즘인 가오차오(高潮)에 오른 것이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그러나 문호에게서 좀체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호도 그런 여자가 싫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지루제를 바른 덕에 자신이 최소한 10분은 더 견딜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순간 남성적으로는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졔졔! 게이워리랑바"

무려 10분동안이나 지루제의 효과를 톡톡히 본 여자의 황홀한 뒷풀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위쪽의 여자가 미처 맛보지 못한 열락을 자신도 느껴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래쪽 여자의 몸을 거칠게 일으켜세웠던 것이다.

'졔졔(姐姐), 게이워리랑바(給我禮讓吧)', 즉 언니, 이제는 나에게 양보해라는 말에서 자신보다 한두살 나이가 많을법한 여자에게 예의는 차리겠다는 생각이 묻어났으나 행동에서는 다급함이 읽히고 있었다.

"바오베이, 나한테는 최소한 20분 정도는 버텨줘야 해. 나는 늦게 발동이 걸리는 체질이라구"

다급한 행동거지의 여자는 말에서부터 성적인 농염함을 물씬 풍겼다. 문호를 지칭하는 바오베이(寶貝)라는 단어 말고는 모든 말의 뉘앙스가 너무나 끈적근적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이구! 이거 고문이 따로 없네"

여자가 거의 점프를 하듯 위에서 문호의 하복부를 심하게 압박해 들어가자 그가 의도적인 것 같지 않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복부의 심한 압박감과 뻐근함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으므로 그건 아마도 복에 겨워 부려보는 엄살만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그는 츠츠가오 탓에 바로 파정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가 파정에 이른 것은 앞의 여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었을 때였다. 그 역시 등에서 땀이 비오듯 하고 있었다.

두 번째의 파정은 그에게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여자들을 희롱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생각도 계속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눈에서는 어느새 회한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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