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곳간'을 열어젖히면서 시중에 단기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지만 방출된 22조원은 은행들이 시중에 풀지 않고 MMF등 단기 예금 상품에 넣어 굴리는 '이자놀이'를 하고 있어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4개여 월간 한은이 시중에 푼 원화는 22조 원에 이른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및 매입 15조9000억 원, 통안증권 중도 환매 7000억 원, 국고채 단순 매입 1조 원, 채권안정펀드 지원 2조1000억 원, 예금지급준비금 이자 지급 5000억 원 등이다. 당초 한은이 공급하기로 계획했던 22조7000억 원 가운데 97%가 집행됐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지난 한 달간 20조 원 이상 유입됐고 MMF 설정액은 1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증시 불안, 부동산 및 경기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주는 단기금융 상품 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또 채권 금리 역시 우량채를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비우량 등급 채권에는 아직 유동성의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우량등급인 AA-급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말 7.72%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7.29%로 0.4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비우량 등급인 BBB-급 회사채 금리는 같은 기간 12.02%에서 12.16%로 오히려 0.14%포인트 상승했다.
91일짜리 기업어음(CP) 금리도 전체적으로 내림세에 있지만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는 않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을 제외한 5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달 29일 현재 60조4407억 원으로 5.1%(2조9094억 원)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기업 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돌게 하려면 유동성 공급보다는 은행이 기업 대출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결국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돈이 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