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성승제 기자]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금융시장 진출 워밍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와 재계와 금융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그룹의 금융업 첫발은 카드지만 향후 미국의 JP모건이나 론스타와 같은 거대 투자회사로 발 돋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속속 흘러나오며 크게 긴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신용카드 사업부를 하나은행에서 분리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5월 8일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카드(가칭) 분할 계획서를 승인했다고 공시한바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카드사 설립에 중요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도 10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하나카드 설립을 위한 설립기획단 태스크포스(TF) 구성안은 이미 만들어졌고, 조만간 인사 발령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TF 참여 인력은 수십 명 수준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나카드가 작년 중순부터 분사를 위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해왔다”면서 “경력위주의 인재를 구했고 현재 모든 작업도 거의 다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카드의 분사가 SK그룹과의 합작에 대한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하나은행이 BC카드 지분의 10% 안팎을 SK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하나은행의 BC카드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SK가 하나카드에 돈을 출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하나은행의 하나카드 분사가 결국 SK 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고 결국 두 회사가 합작 형태로 카드업에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계에서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권 선두경쟁에서 밀려 새로운 국면전환 카드가 필요하고 SK그룹은 숙원사업인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이룰 수 있어 양 측의 이익이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외형에서 국민·신한·우리은행에 밀리고 있는데다 올 1분기 경쟁사인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이 흑자를 낸데 반해 순손실을 기록해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주판알을 튕겨 봐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단 하나은행이 BC카드 지분 16.83% 중 10% 안팎을 매각한다고 해서 BC카드 가맹망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또 BC카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은행 실적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에 3천250억 원의 순손실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BC카드 지분을 매각해 은행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SK그룹도 주력사업인 이동통신시장의 성장 둔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 SK그룹의 금융업 야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표출돼 왔다. 지난 2001년 전북은행 카드사업 부문 인수 등 여러 차례 신용카드 사업진출을 시도했지만 금융권의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최 회장과 김 회장의 돈독한 우정도 양사가 의기투합하는데 한 몫을 했다.
SK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지난 2002년 SK-소버린 사태,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를 함께 겪으며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최 회장은 2001년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했던 브이뱅크컨설팅의 공동 출자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당시에는 금융실명제법 문제로 무산됐지만 조만간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SK는 이미 계열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가 100% 출자한 자회사 OK캐쉬백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OK캐쉬백 서비스 금융프라자’를 설립했다.
OK캐쉬백 서비스 금융프라자는 보험, 증권, 은행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 지점이다.
이에 대해 SK그룹과 하나은행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과 최 회장이 서로 손 잡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이 금융업까지 진출할 경우,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한다는 여론의 부담이 숙제로 남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