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안을 의결했다. 총 사업비만 10조9480억 원에 이른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미 정부 및 현지 기업들과 함께 2조8500억 원 규모의 크루서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JV 지분을 9.9%까지만 보유하고 미 정부는 2조 원을 출자해 40.1%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나머지 투자 재원 약 8조 원은 차입과 추가 증자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 쟁점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인지 아니면 경영상 필요에 따른 투자 유치인지 여부였다.
법원은 먼저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상법 제418조 제2항은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핵심광물은 가격 변동성과 수급 위기 가능성이 높고 위기 발생 시 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희소금속에 해당하는 핵심광물 생산량을 확대할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역시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국 중 하나임에도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할 사업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 정부가 직접 출자한 만큼 사업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이번 신주 발행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거래 구조의 일부로 추진된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이 경영 판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번 거래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한미 협력 강화 그리고 고려아연의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처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법원은 미 정부가 단순 출자나 보조금만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미 정부 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영풍-MBK 측이 “신주 발행이 아니더라도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법원은 “미 정부가 의결권이 있는 지분 확보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주 인수 대금 납입일을 26일로 정한 것 역시 미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는 고려아연 측 설명도 타당하다고 봤다. 영풍-MBK 측은 납입일이 연말 이전으로 설정된 점을 문제 삼으며 최 회장 측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경영권 방어용 일정’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미 정부가 2026년 정기 주주총회부터 JV가 추천한 인사의 이사 선임을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미 정부가 반드시 고려아연 현 경영진 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 정부가 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영풍-MBK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미 정부를 우호 주주로 가정해도 현 경영진 측 지분율은 과반에 미치지 않는다”며 “영풍-MBK 측 역시 다른 주주들과 연대를 통해 경영권 변동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가처분 기각으로 26일부터 미 정부와 고려아연 간 지분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