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소극적 자살 시도'인 셈이다. 그는 몇 개월 전 집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발견돼 목숨을 건졌지만, 식도와 기도를 다쳐 입원 치료를 받는 중이다.
A씨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오히려 막대한 치료비 부담만 안겼다"며 죄책감 때문에 2차 자살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자녀들은 그들대로 "우리의 무관심 탓에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데 치료마저 거부하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했다.
14일 한국인구학회에 따르면 상지대 박지영 교수는 지난해 8월까지 3년 간 서울ㆍ경기 지역의 65세 이상 남녀 노인 27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노인들이었다.
자살 시도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다.
질병이나 빈곤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책임 유형', 밥 먹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생을 청산한다는 `무의미 유형', 자녀들의 무관심이나 지인들의 배신이 자신의 잘못에 따른 인과응보라고 보고 대가를 치르겠다는 `처벌 유형' 등이 있었다.
박 교수는 "통념과 달리 경제 형편이 좋거나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부양하는데도 자살을 시도한 노인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인터뷰 대상 27명 가운데 8명은 자살 시도에 실패한 뒤 8개월 안에 다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6명도 또 자살을 시도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이었다. 인터뷰 대상 27명 가운데 자살 시도 이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았다는 노인은 6명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자살을 시도한 노인과 가족이 서로 심한 죄책감과 고립감을 느끼고, 자살 시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외부의 도움을 스스로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자살 예방을 위해 현장 접근성이 강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자살 위험군과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정책적ㆍ단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내용은 13일 한국인구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국 노인자살에 대한 경험적 의미와 정책적 실천 방안' 논문에 실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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