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약사들은 ‘기부천사’인가?
국내 제약사들의 기부금 지출이 국내 다른 업종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러나 제약사들의 이같은 대규모 기부금은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주로 불우돕기나 사회공헌기금으로 기부하는 것과는 달리 대형병원의 시설비를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또다른 ‘영업비’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메디팜라이브가 국내 125개 제약사(상장, 비상장 포함)를 대상으로 2008년 기부금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작년 10대 제약사의 총 기부금액은 289억7천만에 달했다. 1개사당 평균 29억9천만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는 결론이다. 이는 국내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 비교, 추종을 불허할만한 높은 수준이다.
이들 10대 제약사의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8.4%에 달했다(10대 제약사중 작년 순익을 내지 못한 바이엘코리아 한국노바티스 2개사 제외). 국내 상장사의 기부금 평균 비율이 2.6%인점을 감안하면 3배이상 높은 셈이다.
기부금 총액을 비교해 봐도 10대 제약사중 작년 가장 많은 기부금을 지출한 유한양행의 경우 총 기부금이 80억원에 달했다. 유한양행의 작년 매출은 5천957억원이었고 순익은 1천256억원이었다. 그러나 작년 유한양행과 비슷한 규모인 82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한 롯데쇼핑과 LG화학은 매출이 1조원을 넘었다. 순익도 6900억원대였다. 유한양행은 이들 기업에 비해 매출은 절반 수준, 순익은 5분의 1수준이었지만 기부금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지출한 셈이다.
10대 제약사중 순익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는 중외제약으로 64억원 순익에 19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해 기부금 비중이 무려 30.2%에 달했다. 동아제약과 제일약품도 기부금 비중이 각각 8.9%(순익43억3천만원, 기부금 38억7천만원) 8.7%(순익 175억3천만원 기부금 15억3천만원)로 높았다.
유독 기부금 비중이 높은 중외제약을 제외하더라도 7개 제약사의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5.3%로 일반 상장사의 2배를 넘었다.
10대 제약사를 제외한 중소 제약사의 경우에도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비슷한 규모 일반 다른 업종의 상장사들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크게 높았다.
또 제약사 기부금의 경우 매출이나 순익에 관계없이 액수가 큰 편차를 드러내는 것도 특징.
1천100억원대 매출의 중견 제약사인 한국오츠카제약과 영진약품의 기부금 규모는 최대 6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오츠카제약(매출 1천94억원)은 15억7천만원의 기부금을 집행한 반면 영진약품(매출 1천108억원)은 단 2천500만원의 기부금만 냈다.
작년 총 22억4천800만원의 기부금을 내 제약사 기부금 지출 총액으로 8위에 오른 참제약의 경우 매출은 617억원으로 전체 57위 수준이었다.
또 바이엘코리아와 한국노바티스 한국베링거인겔하임등 외국계 제약사의 경우 작년 순익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각각 13억2000만원, 59억5000만원, 14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반면 대웅 종근당바이오 코오롱생명과학 한국알콘 대한뉴팜 삼성제약 대봉엘에스 태극제약 나노팜 원풍약품상사 아산제약 청계제약 한국웨일즈제약 보락 뉴젠팜 중외신약 한불제약 스카이뉴팜 한중제약 크라운제약 20개사는 기부금을 한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모두 ‘기부천사’인가?
그러나 제약사 관계자들은 제약사 기부금과 다른 업종 기업들의 기부금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기부금은 대부분 불우이웃돕기기금등 순수한 사회공헌 기금이 아니라 약품을 납품해야 하는 대형 병원들의 시설비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즉 ‘마케팅 영업비’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제약사 영업직원인 P씨는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의 경우 건축비는 물론 각종 시설비등의 상당부분을 제약사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며 “제약사들은 이같은 비용을 대주는 대신 안정적인 약 공급을 보장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형병원들의 경우 수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적자여서 병원 신축이나 시설확장의 여력이 없다. 이를 제약사들로부터 기부받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기부금 규모가 다른 업종 기업들보다 월등히 높고 제약사간 기부액의 편차가 크다”고 덧붙였다.
예를들어 국내 대형병원이 대규모 시설확장을 하는 시기에는 주요 제약사들의 기부금액이 확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크게 떨어지는 불규칙성을 보인다는 것.
실제로 메디팜 라이브가 작년 기부금액이 큰 주요 제약사들에게 기부내역을 문의한 결과 대부분 “대형 병원의 시설 확충등에 기부했다”고 답변했다.
[<메디팜라이브>팀=이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