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그이가 바로 당신의 데스티니(Destiny)’라며 연인들을 이어주던 재치 가득한 목소리. 바로 배우 전병욱이다. 그는 멀티맨의 다양한 배역만큼, ‘영웅을 기다리며’, ‘깃븐 우리 절믄날’, ‘썸걸즈’,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많은 작품과 캐릭터로 무대를 누비는 배우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자신의 ‘데스티니’를 만난 걸까.

그는 이제 곧 뮤지컬 ‘웨딩펀드’의 무대에 오른다. 어떤 작품인지 듣고 싶다는 말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한 단어씩 또박또박 말한다. “네 명의 배우. 여자 셋에 남자 한 명. 그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여자 셋과의 앙상블이라. 전병욱은 유독 여복이 많은 배우다. 연극 ‘썸걸즈’ 때도 네 명의 여배우와 무대 위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배우 유나영, 박혜나, 김민주와 함께한다. 여복이 많은 비결이 있을까. “여복이요? ‘썸걸즈’ 때는 다 누님들뿐이셨는데요.(웃음) 사실 제가 딱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생김새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여자 배우든 여자 관객이든 간에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여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건방진 이야기일 수 도 있지만 어쨌든 호흡 맞추는 게 편해요. 전 초중고등학교 모두 남녀공학을 나왔거든요. 이해 할 수 없는 환경에 있었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분들보다는 여자 분들과 쉽게 어우러질 수 있긴 하죠. 그리고 저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거든요.”
뮤지컬 ‘웨딩펀드’에서 그는 29세 백수인 ‘성호’ 외에도 거만한 대기업 직원 ‘이재호’, 마마보이 ‘박정복’, 내레이션 등을 맡았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와 같이 이번에도 멀티맨을 맡은 것이다.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그 때보다 많이 힘들어요. ‘김종욱 찾기’에서는 하나하나 연기를 한다는 기분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폭이 굉장히 넓다고 해야 할까요. 춤을 열심히 추다가 또 진지한 발라드가 나오고 앙상블에 백 코러스까지 해요. 지금까지 공연한 작품 중에서 춤을 제일 많이 추는 작품이에요. 심지어 위험 상황도 연출될 수 있고요. ‘김종욱찾기’때는 옷을 갈아입을 때 난 땀을 무대 위에서 식혔는데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땀을 흘려요. 보시면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드실 거예요.”

그러고 보니 멀티맨이 다른 작품과는 다르다. 분명히 남자 주인공인데 멀티맨까지 맡는다. “김종욱과 멀티맨이 합쳐졌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원래 멀티맨은 드라마에 힘을 싣는 역할이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역할 수는 적지만 정말 별 거 다하죠. ‘웨딩펀드’에서는 여자 분들도 여러 역할을 소화해요. 물론 여자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세게 부각되기 때문에 제가 주로 멀티맨을 하지만요. 그래서 이 작품은 서로 유기적이어야 해요. 배우들 사이에 끈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힘들어요.”
작품 이야기를 계속하던 그는 무척 기대된다는 말에 ‘너무 기대하시면 안 된다’, ‘작품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많이 연습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겸손의 대답을 덧붙인다. 그러나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함께 놀 수 있는 즐거움에 진지한 드라마까지 있는 작품’이라고 관객들에게 소개해 달라는 배우 전병욱의 말에는 어쩔 수 없이 또 기대를 하게 된다.
고교 동창생인 세 여자 친구들이 제일 처음 결혼하는 사람에게 같이 모은 결혼 적금을 주기로 한다. 그 중 한 사람인 ‘지희’가 선 본 지 한 달도 안 된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발표하며 나머지 친구들은 부랴부랴 결혼계획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사랑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다. 남녀의 차이와 특징을 파헤치며 애교 있게 이성에 대한 비판을 끌어낸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대표주자인 오디 뮤지컬 컴퍼니의 창작뮤지컬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웨딩펀드’는 7월 9일부터 8월 1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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