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환 기자] 운전자라면 누구나 자동차 정비소에서 청구하는 요금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바꾸지 않아도 될 부품이 교환된 것은 아닌지, 값 싼 재생품을 쓰고도 정품 가격을 청구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쉽게 알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수입차의 직영 또는 지정 정비소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당해 피해망상증에 걸려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바가지를 씌우는 지정 정비소들도 많다.
실제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운전자의 동의 없이 과잉 수리를 하거나 부당한 요금을 청구당했다는 소비자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 부당함을 증명할 방법이 쉽지 않고 정비 가격에대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보상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정비를 받고 난 뒤 견적서 등을 발급받아 근처 다른 업체보다 비싸지는 않은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정비업체의 부당요금 청구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사후관리 점검 및 정비명세서를 반드니 정비업체에 요구해 교부 받아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나중에 과잉 또는 부실 정비가 발생했을 경우 정비명세서에 근거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본보에 쏟아져 들어 온 수많은 관련 피해 사례 가운데 3개를 정리한다.
◆ 차 값 보다 비싼 수리비..“고치기 싫으면 보관료 내놔”
경기 광명에 살고 있는 김 모(남.27세)씨는 지난 1월17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도요타의 캠리 차량을 운행하던 중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앞 차량과 추돌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나자 현장에 출동한 한 정비업소 견인차 직원은 견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경황이 없었던 김 씨는 해당 정비소로 차량을 옮겼고 다음 날 도요타 지정정비업체로 차량을 옮기기 위해 견인을 해 간 정비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정비업체 직원은 “점검을 마치고 3일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후 담당직원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1천500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사고 발생 전 차량을 중고차시장에서 팔아도 받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중고차량 가액보다 높은 수리비에 당황한 김 씨가 차량 회수를 요청하자 이번에는 당초 무로료 제공하겠다던 견인비와 보관료, 점검을 위한 탈착료 등 60여 만원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당초 약속했던 내용과 달라지면서 김 씨가 거세게 항의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담당직원은 “청구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절대로 차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씨는 “견인비용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정비업소로 차량을 옮긴 것 뿐이지 수리를 받으려는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의 동의 없이 점검을 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인터넷 상에 이런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공임비나 수리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정비소 관꼐자는 “당시 견인비용을 무료로 해준다고 한 것은 정비요금에 포함됐기 때문인 데 운전자가 정비를 받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견인비, 보관료 등까지 무료로 책정을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 반복된 수리, 매번 비용은 따로따로
“깐 이마를 또 까고~또 까고~또”
대구에 살고 있는 임 모(남.32세)씨 역시 최근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달 15일경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스타렉스 승합차가 운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져 인근에 위치한 T정비업체에 견인차를 요청, 차량을 옮겨 수리를 받았다.
당시 수리를 담당한 직원은 11만원의 견적서를 임 씨에게 주며 다시는 시동이 꺼질 일이 없다고 약속했고, 이 말을 믿은 김 씨는 정비요금을 지불하고 차량을 찾아왔다.
그러나 정비직원의 말과는 달리 바로 다음 날 또 한 번 운행 중 차량의 시동이 꺼졌다가 걸리는 등 같은 고장이 5차례에 걸쳐 반복됐다.
어이가 없었던 임 씨가 정비소를 찾아 항의했고, 그러자 담당직원은 “차의 부속품만 1만개가 넘는 만큼 같은 고장이 반복될 수도 있어 다시 한 번 수리를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임 씨는 차량을 입고 시켰고, 3일이 지나서야 수리가 끝났다는 담당직원의 연락을 받고 차량을 찾으러 가자 17만원의 정비요금을 또 한 번 청구했다.
두 번이나 정비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임 씨가 억울한 마음에 항의했지만 담당직원은 “수리비를 내야만 차량을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임 씨는 “처음부터 수리할 때 비용이 두 번 청구된다거나 같은 고장이 반복된다고 했으면 처음부터 수리를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차량을 입고시키는 동안 학원차량이 없어 피해를 입은 것과 이틀 동안 교통비 등 수리비 외에도 많은 피해가 이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T정비업체는 수차례에 걸친 취재진의 취재요청에 “할 말이 없다”며 연락을 끊었다.
◆ 바가지 요금, ‘그때그때 달라요’
서울 여의도에 살고 있는 김 모(남.52세)씨는 지난 8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에쿠스 차량을 이용해 홍제동 도시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엔진룸 부분에서 갑자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김 씨가 차를 세운 뒤 10여일 전 자동차검사를 대행해 준 정유사 지정 정비업체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 담당자는 “견인차를 불러 카센터로 오라”고 말했다.
바로 보험회사에 견인차를 요청, 여의도에 위치한 정비업체로 차량을 옮겼다.
담당직원은 컴퓨터 감지기를 가져와 차량을 체크하더니 냉각수온센서, 라디에이터 배선, 냉각수 등 모두 5가지의 수리 항목을 언급하더니 35만원의 견적서를 김 씨에게 가져다 줬다.
차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김 씨는 담당 직원의 말을 믿고 수리를 맡겼다. 1시간여가 지난 뒤에는 수리를 하다 보니 호스도 터져서 갈아야 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게 됐다.
당초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수리내역은 물론, 비용이 너무 커지면서 김 씨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교환된 자동차 부품을 달라고 요청했다.
교체 된 부품을 들고 지인들을 찾아 의뢰한 결과, ‘이상이 없는 부품’이라는 말을 듣게 됐고 화가 난 김 씨가 담당자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에 교환을 한 것”이라며 “법대로 하라”는 등의 대응으로 김 씨를 더욱 당황케 했다.
김 씨는 “대기업 정유사 지정 정비업체가 소비자를 상대로 이런 ‘바가지’ 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에 화가 난다”면서 “만약 이 문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법적 대응으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비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수거한 부품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