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20분께 전남 담양군청 행정과 사무실에 수억원의 지폐 묶음이 담긴 사과상자가 배달됐다.
상자에는 `담양 소방대 자녀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군은 돈의 순수성이 의심돼 경찰관 입회하에 군 농협 금고에 보관하고 31일 기부심사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처리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굳이 소방대원의 자녀로 장학금 수혜 자격을 제한한 것에 비춰 돈을 보낸 사람이 현직 소방공무원이거나, 아니면 은퇴한 소방공무원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동료를 돕고 싶어했거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 돈을 보냈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담양군민으로 소방대원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거나 평소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개연성도 있다.
쪽지에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 싶었다. 그러나 적신호가 가로막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그것이 해결돼 행동에 옮긴다"는 시적인 문구가 적힌 점으로 미뤄 문화계 인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온다.
발신자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장학금' 수혜 대상만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으로 미뤄 익명의 독지가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 돈이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보내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실명으로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런 점 때문에 범죄와 연관된 돈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돈을 보낸 사람의 신원을 둘러싼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각박한 세태에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훈훈한 미담'으로 결론이 나기를 바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