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양과 친해진 이들은 '앞머리를 다듬어 주겠다'며 A양과 B양의 머리를 가위로 자르다가 마음먹은 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자, 이튿날 같은 장소에 모여 장난삼아 이발기로 B양의 머리를 아예 밀었다.
이들의 과도한 장난은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졌다.
사인펜으로 B양의 몸에 음란한 낙서를 하고 성추행을 한 것도 모자라 B양이 가발로 삭발한 머리를 감추고 다니자 한낮 버스 안과 골목길에서 가발을 벗기고, 울음을 터뜨린 B양 머리를 때리며 놀려대기까지 한 것이다.
경찰은 올해 4월 이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오랜 탐문 끝에 최근 이들 철없는 10대를 붙잡았다.
B양은 동네 오빠들의 엽기적인 행각에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부모 몰래 가발을 사는 등 피해 사실을 감춰왔다.
김군 등은 경찰에서 "장난을 쳤고 심각한 일인 줄 몰랐다"며 아무 죄책감을 보이지 않아 조사를 맡았던 경찰을 당혹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원인 A양 부모가 맞벌이로 집을 자주 비워 이들이 자유롭게 일을 벌일 수 있었다"며 "가해ㆍ피해자는 모두 중산층 출신이라 가정폭력이나 빈곤 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11일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김군을 구속하고 황군 등 나머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10대 청소년을 구속수사하기는 드문 일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학교폭력이나 성폭력을 장난의 연장선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격리돼 또래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폭력까지 장난의 연장 선상에서 생각하기 쉽다"며 "학교나 가정에서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룰 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청소년 비행이 범죄로 이어지면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범죄를 장난으로 인식하는 청소년에게는 범법행위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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