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에 위치한 ‘에베레스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과 함께라면 모를까.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대문에서도 골목을 쑤시고 들어가야만 나온다. 미로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하철역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가까워도 멀어 보이는 식당’이다. 에베레스트는 네팔 음식 전문점으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들이라면 한번은 가 봤을만한 곳이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음은 물론 포털 사이트에 에베레스트란 검색어를 치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세계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국적인 향과 음악, 그리고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각종 장식품들.
네팔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내부 자체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타국에서 밥을 먹는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로 네팔의 전통 문화가 생생하게 묻어 있다.
특히 천장에는 주유소 앞에 걸려 있는 만국기 같은 ‘룽다’가 달려 있다. 원래는 네팔의 산 정상이나 옥상에 다는 것으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단 것이다.
이곳 사장 ‘구릉(33)’씨에 의하면 네팔은 36인종의 민족이 살고 있어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딱히 규정하기 힘든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 네팔인으로 이루어진 이곳 구성원들마저도 외모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외모와 청산유수 급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곳 사장 구릉씨,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인의 모습을 한 그의 아내나 종업원이 모두 한 나라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네팔음식 전문점답게 인도 전통 음식인 ‘커리’와 ‘난’을 팔기도 하고 티베트식 ‘자오미엔(볶음 국수)’을 팔기도 한다.
네팔의 경우 티베트와 붙어 있는 북부지역에서는 티베트 음식, 인도와 붙어 있는 남부에서는 인도 음식을 즐긴다. 이곳의 네팔식 커리는 다소 기름기가 많고 향이 강한 인도식과는 달리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는 맛이다.커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할만한 ‘치킨 머커니’는 토마토, 크림, 치즈, 닭고기를 넣어 만들었는데 달착지근하면서도 부드럽다. 여기에 탄두리(화덕)에 구워낸 난을 찍어 먹거나 만두처럼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좀 더 매운 맛을 원한다면 ‘치킨머살라’를 시키면 된다. 이밖에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양고기 커리, 야채를 넣은 커리 등 다양한 종류의 커리를 선보인다. 난 같은 경우에도 일반 난, 버터 난, 갈릭 난이 있는 데 각각 그만의 매력이 있다.
구릉씨는 ‘어떤 난이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 “한국 식당에서 ‘김치찌개가 맛있냐. 된장찌개가 맛있냐’라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센 불에 볶아낸 자오미엔도 강력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잡채와 비슷한 맛인데 조금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다. 여기에 디저트로 네팔식 밀크티 ‘지야’를 곁들인다면 여느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