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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 놀음 뺨치는 의류 하자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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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 놀음 뺨치는 의류 하자 심의"
심의기관 마다 제각각 결과 내놓아 너도나도 헷갈려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09.11.02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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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의류 제품의 하자 유무를 판정하는 심의기관들의 시각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같은 하자를 놓고 심의기관마다 제각각의 판정 결과를 내놓아 업체와 소비자들을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는 것. 하자가 발생한 분명한 원인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심의 결과는 홀수냐 짝수냐를 알아맞추는 홀짝 놀이가 무색할 정도로 심의 기관에 따라 반대로 나오고 있다.

심의기관의 심의 결과는 일반적으로 자문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며 법적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에는 절대적인 척도로 작용하고 있어 심의기관의 해석에 따라 업체와 소비자가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분쟁해결 기준이 되는 심의기관들의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는 것. 심의기관들은 객관적인 검사를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의기관 관계자는 "의류 등 민감한 제품은 검사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검사결과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의류관련 피해>


◆세탁미숙 VS 오래된 옷

대전 동구의 소비자 백 모(남.36세)씨는 지난 5월 집근처 세탁업체인 'W크리닉'에 코르덴 소재 정장의 세탁을 의뢰했다. 하지만 며칠 후 세탁 된 정장은 안감과 겉감이 다 떨어져 걸레가 되어 있었다. 당시 같이 맡긴 백 씨 장인의 정장도 마찬가지.

화가 난 백 씨가 세탁소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세탁과정에서 훼손된 게 아니라고 발뺌했다. 결국 소비자보호단체에 심의를 의뢰한 백 씨는 '장시간 수분에 노출됐으며 세탁미숙으로 인해 물빨래를 한 것 같다'는 놀라운 결과를 통보받았다.

천연소재로 된 코르덴 의류의 경우 물세탁하면 파일의 손상은 물론, 일직선으로 서야할 파일이 옆으로 누워 수선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의결과를 가지고 재차 세탁소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세탁소는 타 심의기관의 검사결과를 내세우며 거절했다. 현재 백 씨는 업체와 상의해 다른 심의기관에 다시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백 씨는 "심의결과가 나왔는데도 받아들이지 않는 업체의 뻔뻔함에 속이 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W크리닉 관계자는 "소비자의 정장은 2002년도에 생산된 제품으로 타 심의기관에 의뢰한 결과 제품의 노후로 정확한 검사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보상 불가의 완강한 입장을 전했다.

◆반복마찰 VS 세탁부주의

소비자 박 모 씨는 지난 2007년 11월 M아울렛에서 재킷을 교환받았다. 구입해 4~5차례 밖에 착용하지 않은 재킷에서 심한 보풀이 발생했기 때문.


하지만 지난해 9월 1년 정도 보관한 옷을 꺼내 입자 다시 보풀이 발생했다. 황당하게 여긴 박 씨가 재차 매장을 방문하자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한국소비생활연구원’에 심의를 보냈다.

며칠 후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마찰에 의해 약간의 보풀이 발생되는 것은 자연현상이며 착용시 집중 반복마찰에 의해 부분적으로 보풀이 발생될 수 있다'는 심의결과를 통보했다.

"라벨에 주의사항도 없을뿐더러 구입당시 이러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항의하자 직원은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해 재차 심의를 의뢰하겠다"고 안내하며 또 다른 심의기관인 YWCA에 검사를 의뢰했다.

며칠 후 YWCA의 심의결과는 박 씨를 더욱 기막히게 만들었다. '현 제품 상태로 보아 드라이클리닝해야 할 세탁물을 물세탁해 (보풀)발생이 촉진된 현상으로 세탁부주의며 제품의 하자로 볼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해왔다. 결국 매장 측은 "심의결과가 나온 대로밖에 처리해줄 수 없다"며 교환을 거절했다.

박 씨는 "어떻게 동일하자를 가지고 심의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느냐. 심의기관의 심의절차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다한 세제사용 VS 타 의류에서 이염

대구 도원동에 사는 소비자 김 모 씨는 지난해 7월  L백화점에서 반바지를 7만8000원에 구입했다. 구입해서 한번 입고 세탁라벨을 참조해 울샴푸를 사용해 5분가량 물세탁을 했다.  그러자  바지 옆선과 호주머니, 엉덩이 등을 중심으로 얼룩덜룩한 물 빠짐 현상이 발생했다. 마치 물감을 푼 것 같았다.

바로 구입처에 연락하니 "심의기관에 의뢰하면 금방 판결이 난다"고 했지만, 옷을  맡긴지 보름이나 지나 "세제를 과다 사용한 소비자의 불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 세제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울샴푸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세탁했던 김 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백화점 측은 "더 신뢰성 있는 곳에 맡기겠다"고 김 씨를 설득했고 김 씨도 진실을 밝히고 싶어 동의했다. 

이번에는 "타 제품과 함께 세탁해 이염됐다"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제시했다. "단독 세탁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도 업체 측은 "이런 결과가 나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씨는 "매장 직원들이 그 이후로는 연락도 없다. 이런 신빙성 없는 심의 결과가  마치 '면죄부'인양 굴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L백화점 관계자는 "두 차례 외부 기관에 심의를 맡겼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세제과다사용 및 장시간 침수로 인한 물빠짐'이라고 통보했고, 소비자연구원은 '젖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경과해 진한 부분과 연한 부분이 닿아서 생긴 접촉이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소비자원에 다시 맡기자고 제안을 드렸지만 고객이 맡기는 걸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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