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되는 일들이 쌓여간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너무 늦은 것 같고, 당장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 이를테면 아르헨티나 같은 곳으로. 명수는 아픈 추억을 뒤로한 채 아르헨티나로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12월의 마지막 날, 뒤늦은 후회 속에서 사랑 고백을 하는 명수의 망설임과 머뭇거림은 우리를 닮았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 속 명수가 돼 매일을 살고 있는 배우 여운,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배우 여운은 이전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저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와는 공연의 규모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며 인물의 캐릭터 또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사실 저는 클레오파트라 공연이 되게 어려웠어요. 제가 처음 뮤지컬 데뷔한 것은 2005년도인데 그 후로는 뮤지컬 무대에 서질 않았어요. 그러다가 클레오파트라를 하게 됐는데, 시저 역할이 50대의 위엄 있는 모습에 연륜이 묻어나야하는 캐릭터잖아요. 제게 조금 버거웠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죠. 현재 하고 있는 이 작품이 현대극이라 그런지 조금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요. 일단 시대극은 어투 자체가 딱딱하잖아요. 전 작품이 어투나 시대 등의 차이 때문에 갇혀 있는 부분이 좀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조금 더 편안해요.” 여운은 무엇보다 창작 초연이라는 것 때문에 무대 위에서 찾아가는 것들이 많아 즐겁다고 한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일단 초연하셨던 분들이 정말로 굉장한 선배님들이셨잖아요. 제가 김법래 선배님과 비교를 많이 당했습니다(웃음).”

이 작품은 송일곤의 영화 ‘마법사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속 배우 장현성의 명수와 여운의 명수는 비슷한 성격을 지녔지만 그 색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와 다른 그만의 명수를 찾아낸 여운을 관객들은 반긴다. “송일곤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달라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영화에서 명수 역을 맡았던 장현성 선배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저만의 캐릭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도 하셨고요. 그러면서 자신은 옛날 배우고 요즘의 명수 전문가는 여운씨라고(웃음).”
극중 명수는 후회로 점철돼 있지만 어둡지만은 않다. 엉뚱하면서도 천진한 구석이 있다. 마지막 자신이 작곡한 곡을 내밀며 다시 시작하길 원하는 명수, 마법사밴드에게 새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새 노래 부를 것을 권유한다. “캐릭터 분석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꼭 영화와 똑같이 해야 할까, 생각도 했고요. 이 극에 어울릴만한 캐릭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명수에요. 명수와 저는 약간의 엉뚱한 면,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꽤 닮았어요. 이런 것들을 살려 나만의 명수를 탄생시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밝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여운은 긍정적인 배우로 보였다. “네. 저 꽤나 긍정적이에요.” 기분 좋은 그의 웃음은 더욱더 그를 명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여운.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를 꿈꾼다. 무대 위의 그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관객도 함께 즐기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적인 내용이나 전하고자 하는 것들은 영화와 비슷해요. 하지만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굉장히 다르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물론이구요. 사실 영화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겁고 또 강렬하게 다가온다면 저희 뮤지컬은 조금 더 가볍고 밝게, 또 유쾌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게 저희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요? 이 유쾌함과 아픔까지도 관객들이 함께 느끼고 또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즐기고 가신다면, 그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자 칭찬이 아닐까 생각돼요.”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사진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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