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의 갑(이통사), 을(제조사)간의 구도가 역전, 사업자가 오히려 제조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안으로 떠오른 외산 단말기 확보 역시 순탄치 않다. 외산업체들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 보장을 원하면서 외산 단말기 도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레텍 매각, VK의 부도, 팬택계열의 워크아웃 신청 등 SKT의 전용 단말기의 주 공급처가 위축되면서 전용 단말기 비중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SKT의 이들 3개업체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팬택계열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SKT로서는 단말기 경쟁력측면에서도 향후 이들 3개업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SKT는 특히 지난 3월말 3G 전국망 서비스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전용 단말기를 한대 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강 이통 사업자인 SKT조차도 앞으로 단말기 업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위 사업자인 KTF 또한 3G ‘쇼’(Show)에 올인하면서, 단말 라인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3G단말기를 SKT보다 더 많이,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에게 잇딴 러브콜을 던지고 있지만, 단말기 수급이 그리 순탄치 않다.
또 외산업체들과 벌이는 공급 협상도 난항을 겪으며, 연내에 외산 단말기를 도입하기도 힘들다. LG텔레콤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는 9월 상용서비스 예정인 EVDO-리비전A는 전 세계에서 선택한 국가가 소수에 불과, 단말기 조달이 쉽지 않다. 삼성과 LG전자에 단말기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할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LG텔레콤으로서는 안정적인 단말기 수급 문제가 3G사업을 전개하는데,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로아그룹측은 “일본만 하더라도 이통3사에 단말 제조사는 해외 벤더까지 16~17개에 달해, 이통사들이 자사 서비스 및 요금제 전략에 따라 단말 제조사의 선택범위를 결정할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이통시장에서는 특정 몇 개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수 밖에 없어 이통사들로서는 이들 업체들만을 가지고는 단말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