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제 집이라도 되는 양 마룻바닥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있는 두 여자. 하지만 그녀들에게서는 왠지 모를 기괴함이 느껴진다. 무채색의 의상과 하얗게 분칠한 얼굴은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샛노란 머리를 한 왼쪽 여자는 빨간 립스틱의 색감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털썩 주저앉은 듯한 여자의 포즈에서는 세상의 온갖 고초를 다 겪어낸 노파의 깊은 시름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옆의 여자를 바라보는 눈매에는 책망과 연민의 감정이 함께 묻어나온다.
한 쪽 무릎을 곧추세운 채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오른쪽의 여자. 오른쪽 얼굴과 다리에는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철제물이 씌워져 있다. 입술의 검은 빛과 철제물의 차가운 색감은 여자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킨다.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린 채로 조소하는 여자의 모습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허망함이 풍겨 나온다.
그녀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연극 ‘분장실’은 체홉의 연극 ‘갈매기’ 공연이 벌어지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여배우들의 꿈과 좌절을 이야기한다. 일평생 프롬프터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비극에서부터 시간이 갈수록 퇴색해가는 젊음에 진저리쳐야만 하는 숙명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모습은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죽어서도 돌아오지 않을 배역을 위해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이들의 밤은 그렇기에 길고도 길기만 하다.
꿈을 좇는 이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 연극 ‘분장실’은 오는 31일까지 피자전문점 ‘디마떼오’ 한쪽에 위치한 디마떼오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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