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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문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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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문혜원
발자국을 밑거름 삼아 성장하는 배우 혹은 뮤지션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1.1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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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원이 가슴에 음악과 연기를 품는 동안 그녀의 발은 수많은 걸음을 뗐다. 십여 년간 쉼 없이 이어져온 발자국은 작은 내를 이루듯 흐르고 있다. 십여 년간 음악을 해서 당당하게 ‘뮤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아직 ‘배우’라고 하기엔 부끄럽다는 그녀. 땀내 가득 했을 그 자취 속에서, 그녀가 걷고 있는 ‘음악’과 ‘뮤지컬’을 살펴본다.

문혜원이 보컬로 있는 밴드 ‘뷰렛’은 2002년에 결성되었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초기 시절 뷰렛은 EP앨범 ‘마이 네임 이즈 뷰렛’을 내기도 했다. 정규 1집 앨범은 2007년 ‘거짓말’을 타이틀곡으로 세상에 나왔다. 클럽에서 라이브로 사랑 받았던 곡들을 수록한 이 앨범은 요즘도 축제장에서 노래되고 있다. “대학 축제에 갔을 때 저희 노래 부르는 걸 듣고 정말 뿌듯했어요. 지금도 대학축제나 대학 밴드, 직장 동아리에서 저희 노래가 연주곡으로 1위래요.”

2집 앨범은 ‘드림스 컴 트루’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단이 이겼을 때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이 2집 앨범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녀. “굉장히 소중한 앨범이에요. 그런데 음악과 뮤지컬을 동시에 하니까,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힘을 둘로 나눌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그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못 다한 것 같아요.” 그래서 문혜원은 이번에는 뮤지컬을 좀 쉬면서, 원 없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문혜원의 뮤지컬 첫 작품은 2006년 ‘황진이’다. 고등학교 때 연극을 하며, 뮤지컬에 대한 꿈도 있었던 그녀. 문혜원은 스물일곱에 경험삼아 보겠다던 첫 뮤지컬 오디션에 ‘황진이’로 당당히 합격했다. 문혜원은 노래 한 곡만을 매일 몇 시간 씩 한 달간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그녀에게 뮤지컬 ‘황진이’는 뮤지컬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다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문혜원은 에스메랄다 역을 맡았다. 프랑스 연출은 문혜원이 오디션에서 부른 록버전의 에스메랄다 노래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개성 있는 에스메랄다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제 스타일로 밀고 나가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도 못했어요. 여러 방향으로 노력해 보았지만, 방향을 찾지 못한 채 공연이 끝났죠. 저에게는 심리적으로 제일 힘든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문혜원은 그 속에서 얻은 것도 많다고 했다. “그 경험이 굉장한 밑거름이 되었어요. 뮤지컬의 뜨거운 온도를 체감하며 저의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만큼 많이 공부해야 된다고 느꼈죠. 이 경험이 없었다면 그 다음 역할들인 ‘장금이’, ‘주’를 맡지 못했을 거예요.” 그녀가 내딛는 발자국들은 성공이든, 실패든 다음 발걸음을 위한 거름이 되어 왔다.

뮤지컬 ‘헤드윅’의 이치학 역을 통해 그녀는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뮤지컬 ‘헤드윅‘은 모노드라마 형식이잖아요. 헤드윅 혼자 연기하는 부분이 많죠. 제가 맡은 이치학 역은 대사가 거의 없고 욕 몇 마디하고, 노래하고, 헤드윅과 싸우죠. 이 시기에는 무대 위에서의 배우 간의 교감을 몰랐어요. 저 혼자 연기하고, 튀고…. 조화를 이루지 못했죠. 계속 주인공만 맡았던 저는 이 역할을 통해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어요. 이치학은 헤드윅보다 더 나서거나 튀면 안 되죠.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있어야 돼요. 말도, 동작도 절제하면서 해야 되죠.”

뮤지컬 ‘해드윅’ 통해 만났던 이지나 연출의 권유로 시작한 뮤지컬 ‘대장금’ 문혜원은 장금 역을 하면서 처음으로 무대에서 연기 공포증이 없어졌다고 했다. “저는 연기를 따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맨땅에 헤딩 하는 식으로 배웠죠. 대장금할 때 상대역 민정호를 맡았던 분이 윤희석 씨예요. 저는 그 분을 선배로 굉장히 존경해요. 그 분은 본래 성격이 민정호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가 많이 답답할 텐데도, 차근차근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어요. 잘 한다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요. 덕분에 저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분과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즐겁게 무대에 섰어요. 지금도 많이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녀가 가장 최근에 한 작품은 뮤지컬 ‘아킬라’다. 뮤지컬 ‘아킬라’는 사랑과 배고픔 그리고 증오까지도 ‘아킬라’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 위해 온 마음과 몸으로 연기해야 했다. 그만큼 뮤지컬 ‘아킬라’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 작품을 통해 문혜원은 무대 위에서 다른 배우와의 교감을 느꼈다고 한다. 문혜원은 ‘주’라는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황진이’와 달리 역사적 인물조차 없는, 창작 초연이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다듬어야 될 부분도 있겠죠. 그러나 그만큼 ‘주’라는 캐릭터에는 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요. 제가 많이 사랑하는 캐릭터죠. 무대 위에서 홀로 노래 부르며 죽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계속 남아서 노래하고 싶은데, 죽어야 하는 것이 슬퍼서 울면서 노래했어요. ‘역할에 빠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에는 그 말이 멋 부리기 위한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문혜원이 작품을 끝낼 때마다 남겨 놓은 발자국에는 햇빛도 머물고, 그늘도 머물고 있다. 어떤 명암이 머물고 있더라도, 그녀는 지난 걸음들을 밑거름 삼아 ‘뮤지션’으로서 혹은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문혜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뉴스테이지=정은승 기자]
(뉴스검색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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