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5조 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는 순이익 규모가 작년의 2배인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쪼그라든 것은 시중금리 하락으로 가장 큰 비중인 이자이익이 줄어든데다 4분기 금호아시아나그룹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 실적 5조 원대 전망"
13일 증권업계는 국내 상장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개 금융지주회사와 외환은행, 기업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5개 상장 은행 등 총 9개 금융회사의 작년 순이익 평균 예상치를 5조6천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금융회사의 연간 순이익은 2007년 11조 원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7조 원으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대신증권이 추정한 금융회사별 실적은 신한지주가 1조4천5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금융이 1조94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외환은행(7천570억원), 기업은행(6천780억원), KB금융(6천290억원), 하나금융(2천690억원), 부산은행(2천380억원), 전북은행(530억원) 등의 순이다.
지주회사들의 주력 자회사인 은행들의 작년 순이익은 신한은행이 9천570억 원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됐고 국민은행(8천700억 원), 우리은행(8천280억원) 하나은행(2천730억원) 등이다.
◇`금호 충당금'이 변수
그러나 은행들의 실적은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여신의 대손충당금 규모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은행 여신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은행들이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쌓아야 할 충당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호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서 "어떤 은행은 `요주의'로, 다른 은행은 `고정' 이하로 분류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 대출이 1조3천억 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1조 원 등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이에 따라 이를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해 대출액의 20%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호 관련한 충당금을 2천억 원대로 감안해도 작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연말 부실채권 비율(NPL)을 1%로 맞추기 위한 채권 매각, 상각 과정에서 1천억 원가량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실정이며 금호그룹 관련 여신도 산업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4분기 실적이 적자가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연간 실적은 3분기 누적 순익(6천180억 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작년 4분기 순익은 2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4분기때 NPL 비율을 1%로 낮추려고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25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실적은 10조 원 육박할 듯
그러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9개 금융회사의 실적 전망치 평균은 9조4천500억 원으로 예측됐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이 올해 각각 2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고 우리금융 1조5천억원, 기업은행 9천160억 원, 하나금융 8천500억 원, 외환은행 8천500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들 고,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