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어떻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미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드라마 속 미실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을 만큼 고현정의 활약은 대단했다. 드라마가 뮤지컬로 탄생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역시 ‘과연 미실은 누구인가’였다. 배우 차지연이 부담스러워 했던 것도 당연할 것이다. “드라마를 누구나 봤고 다 알고 있잖아요, 그 미실. 부담스러운 게 제일 컸죠. 뮤지컬 ‘선덕여왕’의 미실 역에 캐스팅 되고부터 드라마를 안 봤어요. 저도 모르게 따라할까 봐요.” 드라마 미실을 등에 이고 뮤지컬을 시작해야했던 차지연은 그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뮤지컬은 뮤지컬 안에서의 새로운 미실이 있죠. 내가 표현하는 미실은 어떨까, 스스로 기대가 많았어요.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즐기며 하려고 노력했죠.” 배우 차지연, 그녀가 또 다른 미실이 돼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미실이다. 그녀를 미실로 만든 것은 오로지 그녀의 노력이었다. “저 스스로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아요. 어깨가 넓고 남자처럼 키가 크고. 섹시하며 도도한 역을 제가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남의 옷을 입은 것만 같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꾸 이야기했죠. ‘너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너는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섹시한 여자다’라고. 제 자신을 사랑하고 예뻐하는 것을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많이 하고 있어요.”
그 노력의 결과, 그녀는 누구보다 미실을 가장 잘 이해하며 사랑하는 배우가 됐다. 특히나 미실이 죽는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들며 마음이 아프다고. “그 여자가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해요. 지혜와 아름다운 외모 등 모든 걸 갖고 있지만 왕족이 아니죠. 그 운명을 바꿔놓기 위해 엄청난 일들을 벌이잖아요. 그렇게 살았음에도 결국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정하고 떠나게 돼요. 뮤지컬에서는 미실이 작은 칼로 스스로를 찌르며 초라하게 죽죠. 먼지처럼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미실의 생이 너무나 가여워요.” 비담을 향한 마음 역시 애절하다. “미실은 비담의 성장과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덜컥 다 자라서 나타났죠. 너무 잘 컸어요. 덕만의 총애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미실의 죽음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비담과 함께 듀엣으로 부르죠.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어요.”

자신을 무대에 던져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배우 차지연. 그녀가 연기하고 있는 미실 역시 그녀가 느끼는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차지연은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가 잘 되니 뮤지컬도 만드는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뮤지컬 ‘선덕여왕’ 속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작곡가며 모든 연출 및 스태프들이 정말 미친 듯이 이 작품에 매달렸어요.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 것을 가지고 만들어 인정을 받으면 해외로 진출해보자는 큰 꿈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높이 평가하셔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미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뮤지컬 ‘선덕여왕’은 1월 31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공연된다.
[공연문화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사진 강지영 기자](뉴스검색제공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