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대형마트 가격전쟁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
상태바
"대형마트 가격전쟁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0.01.26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형마트에 식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을 만났다. 얼굴이 한참 어둡다. 기자도 대형마트들이 할인전쟁임을 염두에 두고 먼저 변고가 없는지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달말 납품계약이 만료되는데 적어도 10%이상의 가격후려치기 압력이 들어올 거라며 수심이 가득했다. 다른 판로없이 마트 영업에만 의존하는  그 회사는 작년에 벌써  10억여원 매출에 1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올해 10%의이상의 가격 후려치기가 이루어질 경우 내년엔 생존 그자체를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 된다.


최근 촉발된 대형마트 할인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몇푼이라도 싸다는 대외명분에 눈 어두워 이판사판 벌이고 있는 가격전쟁이 곳곳에서 벌써부터 치명적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 부작용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납품업체가 받는 타격이 가장 크다. 제조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이 5%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금의 가격인하도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된다. 그다음 희생양은 동네 자영 수퍼마켓들이다. 이미 대형마트 SSM에 밀려 쪼그라지고 있는 입지가  이번 가격전쟁으로 아예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말 것이란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와의 가격차가 이렇게 벌어질 경우 결국 대형마트가 진공청소기처럼 소비자를 빨아 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최후의 승자는 싼 가격 서비스를 받을 수있는 소비자?


앞서 만난 협력업체 사장은 대형마트에서 현재보다 더 가격을 후려친다면 원료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산 원료를 줄이고 싸구려 중국산으로 대체할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세상에 망하는 장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격전쟁의 당사자인 마트들이 적자 경영을 각오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납품업체들도 제살 깎아먹고서야 살수없는 일 아닌가?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이 싸진 만큼  품질 저하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따른 싸구려 서비스의 맛을 톡톡히 보았다. 싸다는 전단지에 이끌려 마트를 방문했지만 전단지에 대대적으로 광고한 상품은 대부분 품절돼 구경조차 할수없었다. 싼 가격이 엉터리 서비스를 부른셈이다.


이쯤에서 대형마트의 가격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납품업체 동네수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민재 기자/sto81@csnews.co.kr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