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큰 뇌관은 지수(배종옥 분) 아버지(송재호 분)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이건 준표(김상중 분)가 바람난 사실에 충격받아 입원했던 준표 아버지(최정훈 분)와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지수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바른 말만 하기 때문에 아들딸들이 항상 따르는 존경의 대상이다. 그 반듯한 아버지가 딸의 파경에 대해 겉으로 표현은 못하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상가(喪家)에 나타난 준표에게 지수는 “당신, 아버지한테 못할 짓 했다”고 차분하게 한마디한다.
이로 인해 드라마 진행이 어떻게 달라질지 유추해볼 수 있다. 지수 아버지의 죽음은 제 아무리 좋아서 한 불륜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뇌관은 지수의 중학생 아들 경민(박지빈 분)이 아버지의 불륜 상대가 자신이 ‘이모’라고 불러온 화영(김희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받게 될 충격이다.
애늙은이 경민은 바람난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해 거의 대화를 끊었다. 한데 아버지의 불륜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만은 “그런데 어떤 아줌마인데요? 혹시 제자예요, 교수예요? 궁금해요”라며 관심을 보인다.
실제 부부가 이혼을 감행하게 어렵게 만드는 게 자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민의 충격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예고한다. 따라서 이 충격의 완화책도 결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준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지수보다 욕망에 충실한 화끈녀 화영에게 매력을 느껴 딴 살림을 차리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묵묵히 내조해온 지수와 쌓아온 일상의 힘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인의 죽음과 아들이 받을 충격은 스토리 전개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두 뇌관은 불륜단죄용이다.
지수는 남편의 불륜에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서서히 극복해 나가고 있다. “다 바람이야, 애써 뭘 집착하니”라는 시구를 외우며 마음을 다스린다. 하지만 대학 후배 석준(이종원 분)의 “선배님은 영원한 나의 꿈이다”는 말에 지수가 잠시 흔들릴 순 있어도 지수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타난 새로운 남자는 결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에서 볼 때 이 드라마는 보수적인 결론을 예고하고 있다. 불륜을 범한 준표가 반성해서 지수에게 돌아온다 해도 뭔가는 남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 속옷 차림으로 소리 지르고, 육탄전을 벌이고, 화려한 말발로 시청자들을 띄워 놓았던 게 고작 상류층의 지루한 생활의 투정이라면 너무 허무해진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