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건강검진 얼마나 믿으십니까?'
질병의 조기진단을 위해 실시되는 건강검진이 되레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상없다는 건강검진 결과만 믿고 있다가 뜻밖의 사망선고를 받고 가슴을 치는 환자들이 많다.
암등 치명적인 질병을 건강검진으로 발견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다. 보상은 커녕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 X-선만 믿다 폐암으로 사망
경기도 구리시 토당동의 박 모(여.65세)씨는 지난해 4월 남편을 떠나보냈다. 박 씨는 담배를 피우는 남편이 혹여 폐암에 걸릴까 걱정돼, 2년 전부터 남편이 혈압관리를 위해 다니던 A병원에서 매년 1번씩 X-선 촬영을 받게 했다.
박 씨의 남편은 2002년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폐 사진을 찍었지만 괜찮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2008년 5월 초 박 씨의 남편은 매일 아침마다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박 씨가 서둘러 남편과 함께 A병원을 찾아갔지만 의사는 혈압조절을 위해 처방 받은 약 가운데 포함돼 있는 아스피린 때문이라고 했다. 기침이 심한 것도 환자가 예민해져서 그런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대로 아스피린을 끊은 뒤에도 남편의 입에서는 조금씩 피가 섞여 나오고, 소변에도 혈액이 비쳤다. 병원에서는 그제야 CT촬영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CT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어 다시 호흡기내과로 보내졌다. 내과 의사는 박 씨 남편의 등에 청진기를 대더니 얼굴을 몹시 일그러뜨리며 페암을 의심했다..
정밀 진단 결과 박 씨의 남편은 종양 크기가 15cm나 되는 폐암으로 진단받았다. 다른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종양의 크기가 18.5cm라고 했다.
이에 대해 A병원 측은 의사의 오진 탓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더 이상의 인터뷰는 거절했다.
다른 전문의는 "박 씨 남편의 폐암 진단이 늦어진 것은 CT촬영이 아닌, X선 검사에만 의지한 탓이다. 앞에서만 촬영하는 X-선 검사로는 가운데 종격동이나 심장, 동맥에의해 폐가 일부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장암인데 소화제만 처방
대전시에 사는 30대 여성 최 모씨는 소화가 되지 않고 자주 구토하는 증상으로 종합병원을 찾아가 종합검진을 받았다. 배에 불룩한 것이 만져지는 점도 불안했다. 그러나 의사는 면담을 통해 단순 신경과민으로인한 소화불량을 진단하며 소화제만 처방했다. 배의 불룩한 덩어리를 얘기했으나 신경쓸 것없다고 일축했다.
최씨는 처방받은 소화제를 계속 먹었으나 증상은 가라앉지 않고 심해졌다. 3개월후 병원을 다시 찾았으나 역시 좀더 고단위 약만 처방받았다. 또다시 1달이 흘러도 증상이 심해져서 다른 종합병원을 찾아가 CT촬영 결과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미 손 쓸수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최 씨는 1년여의 투병끝에 사망했고 가족들은 억울함에 병원측에 항의했으나 당시 레지던트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엉터리 건강검진 피해사례 잇따라
필요한 진단을 받고도 병원측의 진료 소홀과 해석 오류로 병을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50대 남성 김 모씨는 10년 전부터 B형 간염보유자로 정기적인 진료를 받던 중 2006년 4월 복수가 차서 초음파와 CT검사를 받았다. 당시 김 씨는 간경화로 진단 받았으나 같은 해 6월29일 간세포암 말기로 판정됐다. 50대 여성 이 모씨도 2005년 12월 건강검진으로 유방 촬영을 받은 후 정상으로 통보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5월 유방에 이상을 느껴 다시 검사를 받았더니 유방암3기로 진단돼 절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년간(2002∼2006년) 접수된 암 진료 관련 피해구제 사건 286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8건은 오진에 의한 피해였다. 주로 암 진단 검사 소홀 및 조직.영상 진단의 해석 오류 등 의료진의 부주의 탓으로 조사됐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암 환자가 많이 발생되고 있으나 진료 소홀 등으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건강검진도 세분화 항목 선택할 것
실제로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2차 검진에서 암 등이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건강검진 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이상징후를 잡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행 건강검진은 일반검진과 암검진, 생애전환기검진으로 나뉘어 있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검진을 세분화해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