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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 먼 '유명 프로그래머'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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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 먼 '유명 프로그래머'의 추락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6.11.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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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 경진대회를 휩쓸었던 40대 '유명 프로그래머'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사행성 게임 프로그램 개발에 손을 댔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 우리 사회의 씁쓸한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11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사이버수사대에 불구속 입건된 A(41)씨는 명문대 출신으로 한때 전국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하는 등 이 분야에서는 실력을 인정 받은 인물이다.

    특히 A씨는 지능지수(IQ) 148 이상인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멘사클럽' 회원으로,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그런 그가 사행성 게임프로그램에 손을 댄 것은 잇단 사업실패에 따른 '돈의 유혹' 때문이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후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A씨는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도박 게임 개발업자 B씨(33.구속)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A씨는 오락게임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개발하기가 비교적 쉬워 2주 정도만 고생하면 12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결국 A씨는 '이번 딱 한번만 참여하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게임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고 평소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프로그래머 3-4명을 모아 7개 오락 게임을 개발, B씨에게 넘겼다.

    도박게임 개발업자 B씨는 이 오락 게임을 다시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C(36)씨 등 3명에게 1개 당 8000만원에 팔아넘겼고, C씨 등은 전국적으로 351개의 PC방 가맹점을 모집해 불과 3개월여만에 수수료(8%) 수입만 1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경찰의 집중 단속을 피해 중국과 필리핀 등 외국에서 1주일 간격으로 운영 서버를 변경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의 수개월에 걸친 집요한 추적끝에 도박게임 개발업자 B씨가 붙잡혔고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C씨와 프로그래머 A씨 등 17명이 굴비 엮이듯 경찰에 입건된 것이다.

    충남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이 손쉽게 큰 돈을 벌기 위해 사행성 도박프로그램 개발까지 손을 대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앞으로도 도박프로그램 운영자는 물론 개발업자까지 치밀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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