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새로 산 자동차의 브레이크 디스크에 시뻘건 녹이 슬어 있다면 소비자는 생산일이 조작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소재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차량 성능과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A사의 새 차량을 출고 받은 아산시 풍기동의 이 모(남.44세)씨는 일주일여 뒤인 28일 직장동료가 던진 한 마디에 크게 놀랐다. 새차에 왜 녹이 잔뜩 슬어 있냐는 지적이었다.
살펴보니 차량 축과 연결된 뒷바퀴 뒷면의 브레이크 디스크가 황토색으로 벌겋게 녹슬어 있었다.
차량 제조일이 4월16일이었기에 이 씨의 충격은 더 했다.
이 씨는 "출고 차량을 인수할 때 꼼꼼히 살폈지만 설마 차량 아래쪽 바퀴에 녹이 슬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차량 제조업체 관계자는 "습기에 취약한 재질의 특성상 외부에 한해 황색으로 부식될 뿐 기능 및 내구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제동시 브레이크 디스크 및 드럼에 발생하는 고열을 효율적으로 식히기 위해 '편상흑연주철'이라는 재질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렉서스, 혼다, 폭스바겐, 푸조, 볼보 등 수입차 업체들도 편상흑연주철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재질이 습기에 취약해 비 오는 날 주행을 한 뒤 하루 만에도 녹이 슬 수 있고, 심지어 세차만 해도 같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외부 부식일 뿐 기능상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부식에 의한 부품 변형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로 인해 제동 성능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박병일 신성대학 교수는 "열을 효율적으로 식히기 위해서 주철을 사용했다는 것은 알지만 이 재질은 부식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며 "부식에 의해 변형이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제동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업체들은 외부 부식일 뿐이라고 이 문제를 소홀히 할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용량을 키워 열 발생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부식의 영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씨처럼 '차를 산지 얼마 안 됐는데 부식이 일어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다"면서도 "부식으로 인한 변형 가능성은 없으며 안전에도 영향 없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 용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용량을 키울 경우 차량 무게나 주행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부식을 방지할 수 있는 재료를 쓸 수는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결국 소비자 부담이 될 것이다. 브레이크 디스크 부품에는 주철이 가장 적합한 재료"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