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비자는 지난 8개월 동안 계약증서와 약관을 받지 못한 채 남의 명의로 된 계약에 꼬박꼬박 돈을 내야 했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차 모(남․41세) 씨는 지난해 9월 지인과 가진 술자리에서 A상조회사의 영업사원을 만났다. 지인은 자기 가게 단골이라며 상조상품 가입을 부탁했고 차 씨는 들어두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영업사원에게 인적사항과 자동 이체할 통장계좌번호를 적어줬다.
이후 차 씨는 영업사원이 가입을 하려면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다고 해 지인을 통해 전해줬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거나 가입상품 내용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지만 가입한 다음 달인 10월부터 통장에서 월3만원씩 돈이 빠져나갔다.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인과 잘 아는 사람이고 장사 등으로 일이 바빠 신경을 못 쓰다가 올해 3월 상조회사 측에 가입내용을 문의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듣게 됐다. 차 씨가 가입한 상품은 신규계약이 아니라 2009년 5월 가입된 타인의 계약이 승계처리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주소지도 틀리게 적혀 있었다. 당시 영업사원은 이미 퇴사를 했고 지점도 폐쇄된 상태였다.
차 씨는 승계하겠다고 동의한 적도, 서명한 적도 없다며 항의했지만 업체 측은 자신들도 몰랐다며 당사자가 퇴사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영업 담당자는 다른 상조업체로 이직한 상태다.
그는 당장 해약하고 싶었지만 중도해약 시 환급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업체 측에 계약을 유지할 테니 증서와 약관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주소지도 바로 잡았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업체측의 답은 없고, 4월에도 어김없이 돈이 빠져나갔다.
차 씨는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5월 6일 업체 측에 계약취소와 그동안 냈던 돈을 모두 환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업체는 당시 담당했던 영업사원 등에게 진상을 파악해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차 씨는 "업체 측이 증서와 약관을 보내주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계약을 취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영업사원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회사가 더 큰 문제"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A상조회사 관계자는 "당시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와 여직원이 모두 퇴사를 했기 때문에 이들을 수소문해 내용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리지연 의혹에 대해 "차 씨가 올해 3월 17일 연락했을 때는 해약과 출금정지를 요청해 '중도해약 시 환급금이 없다, 그래도 해약을 원하면 본사로 신분증 사본을 보내 달라'고 했지만 직접 방문하겠다고 해 해당 지점을 안내해 드렸다. 그런데 5월 7일 차 씨가 영업사원의 과실을 지적하며 계약취소를 요구해 일단 통장출금 정지를 해 드리고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업체 측에 조사결과를 요청했으나 "당시 담당자의 연락처를 확보해 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계속 연락이 안된다"며 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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