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파격과 논란' 줄타기 하는 아카몬 GM대우 사장
상태바
'파격과 논란' 줄타기 하는 아카몬 GM대우 사장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05.14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언행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적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GM대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우'의 색깔을 지우는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카몬 사장의 행보가 그만큼 진취적이면서 동시에 한국적 감성과는 다소 상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관료주의 깨고 행동에 나서자!"..경영혁신 새바람

작년 10월 취임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빠른 속도로 경영혁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당장 취임 한 달 만에 최고임원회의의 문패를 바꿔 달았다. 정책위원회(Policy Committee)'에서 사장 행동 위원회(President's Action Council)로 바꾼 것이다. 행동을 중시하는 미국적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최고임원회의 시간을 50% 단축하고 주제당 논의시간도 20분 이내로 제한했다. 참석 인원도 대폭 줄였다. 회의 시간을 줄이는 반면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뜻이다.

아카몬 사장은 또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등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경영현황 설명회에만 2주라는 시간이 걸려 '마라톤'이란 수식어가 달렸다.

아카몬 사장은 생산현장 직원들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임직원이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 가족들에게 기대와 당부가 담긴 편지를 보냈고, 지금도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회사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설명하고 직원들에게 이해를 구한다. 말 그대로 '서신 경영'이다.

이달 들어서는 '관료주의 타파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CEO에게 고함' 코너에 직원들이 아무 제한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관료주의적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자는 제도다. 이 또한 아카몬 사장이 직접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아카몬 사장은 "GM대우가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회사 운영체제로, 전 세계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전 직원들이 '관료주의는 있어서는 안 되는 나쁜 것'이라는 명제를 반드시 염두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경영혁신 노력이 나름의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아카몬 사장은 최근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우는 죽은 브랜드다"..한국 하청기지화 논란

지난달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아카몬 사장은 내년 시보레 브랜드 차 수입 판매를 공식 발표했다. 대우차 브랜드를 당장은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변경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이에 앞서 지난 3월11일 노조확대간부수련회에서는 시보레 브랜드 도입에 반대하는 노조에게 아카몬 사장이 "DAEWOO는 죽은 브랜드다. 지금껏 DAEWOO로 수출했다면 회사는 망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보레 브랜드 수입 발표에 앞서 GM대우차는 유기준 사장과 장동우 인사·노무·총무 총괄 부사장 등을 전격 해임했다. 부사장 이상 임원 8명 중 한국인은 단 2명만 남게 됐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GM이 아카몬 사장을 앞세워 옛 대우차의 색을 빼 GM대우차를 GM의 하청 기지로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부산국제모터쇼 현장에서 아카몬 사장은 이 같은 발언의 사실 확인에 대해 "추측성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위기를 느꼈는지 지난 11일 전 임직원들에게 'CEO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GM대우가 한국에서 창출한 수익은 GM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또 GM은 한국을 떠날 계획이 없다. 직원 모두의 노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며, GM의 성공에 있어서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GM대우 직원들과 지역단체 관계자들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시보레 브랜드로 변경을 꾀하고 있다"며 "취임 직후 소통행보 그리고 최근 도입한 관료주의 타파 프로그램 등과 모순되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그간 사측이 노조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브랜드 교체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는데 돌연 입장을 번복해 '경영진의 몫'이라는 일방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GM대우차가 지역시민들과 결합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했는데 브랜드를 교체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아 안타깝다"며 "더 큰 걱정은 시장 점유율 답보로 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 시장 철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카몬 사장이 '대우' 브랜드 논란으로 심화된 내부 갈등을 딛고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경영혁신 작업을 제대로 추진해나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