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진땀을 빼고 있다. 아버지 박승복 회장으로부터 샘표식품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올해로 12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으나 주력사업인 간장시장에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 사업에서는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샘표식품은 64년 전통의 간장업체로 시장 1위는 유지하고 있으나 후발업체의 추격으로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수 소금 양념장 식초음료 안주 조미료까지 전방위 신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4월에는 조미료 ‘연두’로 CJ제일제당 대상등 식품 공룡이 버티고 있는 조미료시장까지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함량과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편법상술' 논란에 휘말리면서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주력 품목 간장시장서 점유율 '뚝뚝'
국내 간장시장은 성숙기 단계에 접어들어 양적으로는 정체 수준이나, 최근 천일염이나 복분자 등이 들어간 웰빙간장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질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다. 최장수 브랜드 ‘샘표’는 이 같은 트렌드를 포착하는 데 후발업체들에게 한 걸음 뒤져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 브랜드는 대상 청정원의 ‘햇살담은 간장’이다.
대상은 2001년부터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의 차이를 알리며 ‘햇살담은 간장’을 밀어 올려 업계 2위였던 몽고식품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20%대로 급성장했다. 대상의 간장 시장 점유률은 작년말 20%를 훌쩍 넘었다. 반면 한때 70%의 점유률을 자랑하던 샘표간장은 현재 50%대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앞길도 험난하다. 식품업계의 거인인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정제염 대신 해풍으로 건조시킨 천일염을 타이틀로 걸고 신제품 ‘해찬들 32°숙성 천일염 양조간장’을 내놓고 샘표를 위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제품이 일반 간장보다 염도(짠맛의 정도)를 10% 낮췄고, 인공감미료 무첨가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간장시장 점유율을 10%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공룡 틈새에 끼인 샘표 간장의 앞날을 장담할 수없는 상황이다.
◆ 벌린 건 많은데 성과는 별로
박 사장은 취임 이후 간장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된장.고추장.쌈장등 연관분야 뿐 아니라 통조림, 국수, 소금, 식초음료, 차, 조미료 등으로 다각적인 사업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된장.고추장.쌈장 시장은 식품 거대기업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시장성장이 정체돼 있어 후발업체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샘표식품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대대적인 마케팅과 캠페인에 나섰지만, 매출은 연 100억원 규모에 머물러 투자비용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오뚜기가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국수시장에도 발을 디뎠으나 시장 점유률 8% 수준으로 역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소금요정’ 브랜드를 앞세워 진출한 소금시장의 경우 나트륨 저감화 운동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소금 대체품으로 다양한 소스류가 출시되면서 시장규모마저 줄어들고 있다.
샘표식품은 또 박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유기농 보리차, 유기농 아기보리차 등 차류 브랜드 ‘순작’도 내놓았으나 차류시장 자체가 성장성이 낮고 생수와 대체될 수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서양소스 브랜드인 ‘폰타나’ 역시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대형업체들에 밀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매출액은 약 1841억원으로 전년(약 1658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08년 약 104억원에서 2009년 약 86억원으로 감소했다. 품목을 늘려 매출은 늘렸지만 실속 없는 성장인 셈이다.
올들어서도 1분기 매출액은 약 4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겨우 유지했지만, 지난해 1분기 33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5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27억원 손실을 냈고 올 1분기에도 1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 이번에는 조미료 시장!..잘 될까?
박진선 사장은 계속되는 부진에도 굴하지 않고 최근에는 조미료 시장까지 발을 뻗었다. 지난 5월 4일 열린 신제품 '연두'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박 사장은 “분말형인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에 못지않게 감칠맛을 내면서도, 동물성원료를 일체 첨가하지 않은 ‘연두’로 조미료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6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연두’는 액상타입으로 식품유형은 ‘소스류’로 돼 있다. 샘표식품은 기존 조미료 제품들이 분말화 공정을 거치면서 맛이 떨어진다며 액상타입의 ‘연두’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 반응은 덤덤하다. 조미료 업체 관계자는 "과거 ‘연두’처럼 액상타입의 조미료가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며 "조미료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상품인만큼 후발인 연두가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두는 더욱이 출시되자마자 함량 및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눈총도 받았다.
최근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업체들이 함량과 원산지 표기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연두는 함량과 주원료 상품의 원산지를 전혀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의혹을 사고 있다. 함량은 아예 함구하고 있으며 원산지는 묻는 기자들에게만 중국산 대두라고 밝히고 있다.
경쟁제품인 CJ제일제당 '산들애'와 대상 청정원 '맛선생'이 주원료인 한우 멸치등의 원재료를 국산 등으로 바꾸는 추세와도 동떨어져 있다. (6월1일 "함량표시 대충~..샘표식품 꼼수" 기사 참조 : http://www.consumernews.co.kr/news/view.html?gid=main&bid=news&pid=201231)
박사장의 야심찬 '작품'(연두)이 초반부터 또 다시 기우뚱하면서 샘표식품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