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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정비센터는 '무책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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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정비센터는 '무책임'센터?
자동차회사, 지정업체 관리 소홀..사고 나도 보상 '막막'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06.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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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지정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브랜드 이름만 내건 채 정작 정비품질 관리에는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지정서비스센터 및 협력정비업체의 정비 불량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직영센터와 달리 지정정비업체와 협력정비업체의 실수는 자동차 업체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동차업체들이 직접 운영하고 책임지는 직영정비센터가 극소수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지정정비센터나 협력정비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직영센터'는 전국에 수십개 뿐..대부분 지정.협력업체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 GM대우, 쌍용차 등 주요 업체들은 주로 지정서비스센터와 협력 정비업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영센터를 운영하는데 적잖은 비용과 인력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직영서비스센터는 전국 23개에 불과한 반면, 지정서비스센터는 370여개나 두고 있다. 여기에 협력 정비업체인 블루핸즈에 1천50여 개 업체가 가입해 있다.

기아차도 직영서비스센터 20개와 지정서비스센터 234개, 협력 정비업체인 큐 서비스 561개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직영 24개, 지정 및 협력 정비업체 414개를, GM대우는 직영과 협력 정비업체를 각각 10개와 474개 운영하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직영으로 운영되는 곳은 서울서비스센터 1곳이며 309곳의 협력 정비업체를 통해 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흔히 자동차 회사들의 브랜드를 외부에 걸고 운영되는 정비 공장을 직영센터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런 곳은 대부분 1급 지정서비스센터다.

자사 브랜드가 걸린만큼 자동차 업체들은 지정서비스센터를 선정할 때 일정한 기준을 갖고 한다. '지정'서비스센터로 지정된다는 것은 자동차업체로부터 기술력과 규모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차량 고장을 가까운 곳에서 수리하는 등 편의를 위해 기술력과 규모 등을 고려해 제휴관계를 맺어 지정 및 협력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제휴인가와 동시에 전산망을 구축, 보증수리가 이뤄질 수 있게 조치해주며 주재원을 상주시켜 기술이전 및 상품을 제공하게 된다고.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지정만 해놓고 사고는 '나몰라라' 

그러나 지정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하는 정비 실수나 사고의 책임소재에 대해 자동차 업체들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동차업체의 관계자는 "제휴인가란 쉽게 말해 정비소 간판에 해당 브랜드를 이미지를 걸 수 있게끔 허가를 해주는 것"이라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지는 것이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기술이전이 이뤄지는 것이지 정비 불량에 대한 책임까지 회사 측에서 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익을 챙기는 곳이 정비업소이니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현대차나 삼성르노, GM대우 등의 브랜드만 보고 지정업체와 협력업체를 찾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정업체나 협력업체가 아닌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마련이다. 결국 자동차 업체들이 직영센터를 늘리거나, 지정.협력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주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지정정비센터의 정비불량으로 파손된 엔진 피스톤의 모습>


◆사례1= 지난 5월 고속도로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위험한 상황을 겪은 남양주시의 류 모(남.39세)씨.

 택배업을 하는 류 씨는 2008년 4월 타타대우 14톤 윙바디 차량을 1억2천여만원에 구입한 뒤 2년 동안 14만km를 별 문제 없이 주행했다.

그러던 중 3월 갑자기 엔진이 위치한 차량 하부쪽에서 달그락대는 소음이 들려왔다. 즉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타타대우 지정서비스센터를 찾아 엔진을 분해하는 수리를 받았다.

그로부터 50여일 뒤인 5월초 주행 중이던 차량의 시동이 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엔진덮개를 열자 피스톤 2개가 완전히 깨져 쇳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량을 견인한 타타대우 양산서비스센터 직원들은 파손원인을 명확히 찾아내지 못했다.

일을 쉴 수 없었던 류 씨는 자비를 1천500만원이나 들여 차량을 수리해야 했다.

타타대우 측은 "지정서비스센터의 경우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이라 회사 측이 관여할 여지가 없다. 양자간 원만한 합의를 봐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례2=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도 직영서비스센터를 이용해야겠네요."

부천시 송내동의 윤 모(남.30세)씨는 지난 2월 주행 중 엔진오일경고등이 점등돼 오일보충을 위해 인근에 위치한 정비소를 방문했다. 윤 씨의 차량은 2007년 12월식 투싼ix.

차량 증상을 이야기하자 정비소 직원은 "오일의 양은 충분한데 이상하다"고 의아해 하며 엔진오일을 교체했다. 오일 교체 후 경고등은 점등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 뒤 엔진경고등은 또 다시 점등됐다. 몇 시간 뒤에는 엔진체크등까지 점등됐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40km이상의 속도가 나질 않았다.

결국 현대차의 서비스 협력업체인 블루핸즈를 방문한 윤 씨는 터보차저 고장이라는 진단과 함께 120여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수리를 마치고 3일 후 차량은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번에는 엔진오일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문제는 블루핸즈 측이 엔진고장이 윤 씨의 과실이라며 수리비용을 청구한 것.

윤 씨는 "블루핸즈 측이 '직영서비스센터에서 오일을 교체하지 않았으니 어떤 오일을 썼는지 어떻게 교체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며 350만원의 수리비용을 청구하더라"고 설명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최근 통화에서 윤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로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사례3= 지난 1월 전주시 송천동 송 모(남.47세)씨의 차량은 경부고속도로의 천안휴게소를 지나 서울로 향하던 중 갑자기 엔진오일경고등이 점등됐다.

아들과 딸 등 가족을 태우고 있었기에 불안했던 송 씨는 주행을 멈추고 견인차를 불렀다.

현장에 도착한 견인 기사는 오일이 순환되지 않아 생긴 고장이라는 간단한 자가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송 씨에게 수리를 잘 하는 정비소가 있다며 오산시에 위치한 A카센터를 추천했다.

별생각 없이 기사의 말을 따랐던 송 씨는 카센터 사장으로부터 2~3시간 안에 고칠 수 있다는 다짐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엔진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

다음날 50만원의 수리비를 계산하고 차량을 인도 받았지만 불과 2km 주행 만에 오일경고등은 다시 점등됐다. 설상가상으로 엔진에서 소음까지 들려오더니, 급기야 주행 중 시동이 꺼져버렸다. 다시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다시 찾은 A카센터는 엔진에 불이 붙었다며 220만원의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송 씨는 "수리를 했지만 엔진에 불이 났다는 것은 정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말 아닌가"라며 "보상은커녕 수리비까지 모두 떠넘기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직영센터 늘리는 것도 '한계'

직영센터가 너무 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달리 자동차 업체들은 직영센터 확대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할 경우 지역의 중소 정비업체들이 몰살될 수 있다"며 "대기업의 횡포라는 불만이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정서비스센터 및 협력 정비업체를 방문하는 고객은 브랜드를 보고 오는 것이기에, 본사 소속 주재원을 배치해 문제가 발생하면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방치 차원에서 지정.협력업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휴인가를 파기하는 등 실질적인 징계를 내린 사례가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주재원을 통해 불만을 가진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기술인협회 관계자는 "1급 2급 3급 등 정비공장의 등급 분류는 기술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갖춰진 시설 및 규모에 따른 작업 범위와 상관이 있다"며 지정.협력센터 인가과정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차량 검사라인이 있는 경우는 1급이 될 수 있으며, 3급 부분정비공장의 경우 차체 수리나 변속기, 엔진 관련 등의 정비는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즉, 시설기준만 채우면 기술력과는 무관하게 지정서비스센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비사고 이렇게 대처해야

자동차 제조업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닌 정비소에서 수리를 받고 정비 불량으로 불편을 겪었을 경우 소비자는, 정비업체로 등록된 사업체나 정비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정비 불량에 따른 것이라는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단, 확인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비소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령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동차정비업에 대한 보상기준에 따르면 차령 1년 미만 주행 2만km 이하의 경우 최종정비일로부터 90일내 이의제기를 하면 무상수리를 요구할 수 있다.

차령 3년 미만 주행 6만km 이하의 경우 60일 이내에, 차령 3년 이상 주행 6만km 이상의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면 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이의제기로 무상수리는 요구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정신적 피해보상은 산정하기 여의치 않아 요구하기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는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고지 없이 정비가 지연됐을 경우 일실 소득피해, 중요 업무 피해에 대한 입증자료를 구비해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는 사업자에게 강제사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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