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영인 주필]지방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른바 '출구 전략'도 추진될 전망이다. '유럽 사태'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출구 전략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출구가 시행된다면 금리 인상이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저금리 때문에 돈 갈 데가 없으니 이제는 금리를 올릴 때가 되었다는 얘기들이 진작부터 나오고 있다. 나라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금리를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올려야 나중에 인플레가 닥치더라도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마저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금리를 올려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가계의 부담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현재의 저금리가 오히려 경제에 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돈 쓰는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재계가 금리를 오히려 올리자고 주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유는 뻔했다. 금리를 올리면 좋아할 사람들은 당연히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된 만큼 벌어들이는 이자 수입도 늘어나는 것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에 넣어둔 수십 조 예금에도 당연히 엄청난 이자가 붙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개 상장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3월말 현재 57조928억 원에 달했다. 전체 대기업을 따진다면 아마도 훨씬 많아질 수 있다. 그래서 재계도 금리 인상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금리가 올라주기를 기다리는 '가진 자'의 돈이 자그마치 600조 원이다. '부동자금'이라는 남아도는 돈이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른다면 그 6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에는 연간 6조 원의 이자가 더 붙을 수 있다.
게다가 그 부동자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 등 국책사업에 따른 보상금이 쏟아지는 데다가, 기업들은 아직도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구를 말하면서도 빠뜨리고 있는 게 있다. 월급이다. 고통을 분담하자며 소위 '잡 셰어링'으로 깎은 월급에 대해서는 다시 '원위치'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기업 가운데 비교 가능한 90개 기업의 종업원 1인당 평균 임금이 작년 1년 사이에 12.8%나 줄었다고 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더욱 많이 깎였을 것이다.
이에 비해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는 0.8% 늘어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은 많이 깎으면서도 고용은 극히 조금만 늘린 것이다. 말뿐인 '잡 셰어링'이었다.
노동부가 상용근로자 5인 이상인 7208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4 분기 실질임금이 작년 동기보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계속 줄어들던 월급이 7분기만에 약간 늘어난 것이다. 깎이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까마득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말했다. "서민들은 경제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체감하면서 좋아질 때는 제일 늦게 느끼게 되어 있다"고 했다. "경기회복의 따스함이 가장 늦게 전해질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웃는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도 했다.
은행 이자를 높이자고 하면서도 월급만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친(親) 서민정책'과도 어긋날 수 있다.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소비도 늘어날 수 없다. 그러면 경기 회복에도 마이너스 효과다.
소비는 둘째치고, 금리 인상으로 늘어나게 되는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월급은 '원위치'될 필요가 있다. 대출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서민들의 연간 이자부담은 1조 원 이상 증가하게 된다는 보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