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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 자살사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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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 자살사태 남의 일 아니다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0.06.08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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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임금 30%인상’ 

중국 현지공장에서 직원 12명이 투신해 그중 11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대만 팍스콘이 내놓은 대책이다.

팍스콘은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델(Dell)사와 휴렛패커드(HP)의 컴퓨터, 노키아의 휴대폰 등 주요 IT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형 전자업체다. 최근 이 회사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  근무했던 18~24세의 젊은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17만 원 남짓(1천 위안)에 불과한 임금을 받기위해 억압과 착취의 삶을 감수해야 했던 팍스콘의 노동자들이 허공에 몸을 실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팍스콘의 주요 거래업체인 애플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IT 기업 1위 자리에 올랐다.

연쇄 투신 자살로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팍스콘은 ‘최소 30%의 임금인상’이라는 당근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그래 봐야 팍스콘 직원들은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될 뿐이지만, 팍스콘은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수지에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정말 걱정해야 할 부분은 이번 사태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의 손상을 당했다는 점이다.

이번 일은 단지 팍스콘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 역시 중국 부품공장 노조가 장기 파업을 앞세운 요구에 따라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중국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으로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점차 확대될 게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이런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구태적인 생각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지공장을 방문한 팍스콘 모기업의 회장은 자살 사태를 두고 "중국 평균 자살률보다 낮다"며 "높은 사망 위로금 때문에 자살이 늘고 있어 위로금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자살소식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역시 “팍스콘 공장에 영화관과 병원,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다”며 팍스콘이 노동 착취업체가 아니라며 경영진을 편들었다.

이같은 의식이 남아 있는 한 팍스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기업들은 문제가 없을까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지에 공장을 잔뜩 지은 까닭 역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중국 현지서 노사관리 모범업체로 칭송을 받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분명 존재한다.

이번 팍스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게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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