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마련이다. 내가 어떤 병으로 죽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즈음 어르신들에게 회자되는 유행어가 ‘9988234’이다. 아흔 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일 시름시름 앓고 편안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럴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은 서양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의 로드 싸이클 황제 암스트롱은 25살 나이에 고환암에 걸렸고 폐, 뇌 전이까지 이른 상태였으나 기적적으로 암을 치유하고 성공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꿈 꾼 죽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백 살쯤 되어 죽고 싶었다. 사이클 위에서 시속 120킬로의 속도로 알프스 산맥의 내리막길을 내려온 후에 말이다”
불행하게도 위와 같이 죽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평소 건강에 신경 쓰고 검진을 철저히 시행하면 위와 같은 행운을 가질 기회가 좀 더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암이다. 대략 4명중 1명이 암으로 죽는다. 암에 걸릴 확률은 이보다 높아서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봤을 때 남자는 무려 3명중 1명, 여자는 5명중 1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흔한 암중에서도 가장 흔한 암이 위암이다. 따라서 약간의 과장을 섞어 얘기하면 위암에 걸리지 않으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기회가 좀 더 많아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거의 100% 완치가 가능하다. 또한 위암은 다행히도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거의 대부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시경을 받는 데는 시간 뿐 아니라 용기도 필요하다. 한 환자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시경은 이렇게나 힘들다.
“호수 굵기가 장난이 아닌, 엄청난 것이 목안으로 들어오더니 눈물 콧물 다 나오는 데 이거 완전... 그 순간에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었다. 한 5분정도 한 것 같았는데 5시간 이상으로 느껴졌다. 진짜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일반 내시경은 검사때 심한 구역질, 질식할 것 같은 공포, 목구멍의 통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고통스런 기억을 받은 환자들은 두 번 다시 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환자에게 수면 내시경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수면을 유발하는 약물에 의한 저산소증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다 검사 당일에는 운전, 정밀 작업,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작업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손쉽게 받기가 어렵다.경비 내시경은 내시경 굵기가 5mm 남짓하기 때문에 일반 내시경 굵기의 약 1/2정도이며, 따라서 구역질을 매우 심하게 유발할 수 있는 목구멍이아니라 코로 삽입이 가능한 내시경이다. 일반 내시경에 비해서 내시경 시행 시간은 조금 더 길어지지만 환자의 불편은 줄이고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경비내시경 시행후 향후 다시 경비내시경을 하겠다는 환자가 93.6%인 반면, 일반 내시경을 또 하겠다는 비율은 57.5%에 불과했다.경비 내시경은 내시경에 의한 후두 압박이 덜해 질식감이 적고, 검사 중 대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사람의 선호도에 따라서 코로 하는 내시경에 대해서 더욱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구역질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경우도 있다. 또 시술 후 코피가 나거나 코 부위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코의 상태에 따라서 내시경이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비 내시경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내시경 굵기를 대폭적으로 줄인 새로운 내시경 방법이며, 시술후 만족감이 높기 때문에 안전하고 간편한 내시경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