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한국거래소에 제출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 19곳의 이자보상배율이 2.0배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이자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2.0배라는 것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의 2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즉 이들 중견건설사들은 이자비용만으로 번 돈의 절반을 날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장 기업 전체 평균이 4.41배인 것을 감안하면 중견건설사의 재무구조가 심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특히 9개 건설사는 영업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비용을 밑돌았다. 벌어서 이자도 갚을 수 없으니 회사 형편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결국 채권은행이 칼을 빼들었다. 이달 말까지 시공능력평가 300위내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7월초 구조조정대상을 확정한다고 한다.
이 같은 살생부 괴담 때문에 건설업계는 시름이 깊다. 신용평가회사가 매긴 신용등급 기준으로 CCC~BBB급의 40여개 건설사가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되는 바람에 튼실한 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명동 어음시장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은 원도급 업체인 종합건설사와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사, 그리고 레미콘·시멘트·철강·자재 등의 제조업과 설계·감리 등의 용역업체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산업이다. 종합건설사 부도는 하도급 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는 최종적으로 입주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입주 전에 건설사가 부도를 낼 경우 입주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설령 입주를 마쳤다고 해도 하자보수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백 모(여.37세)씨는 지난 2월 A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 후 욕실 바닥의 물고임에 대한 하자보수 신청을 했지만 하도급 업체의 부도로 3개월이 지나도록 보수 받지 못했다.
2006년 B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한 방 모(여.35세)씨는 1년 뒤 천정에서 물이 새는 하자를 발견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보수공사를 받지 못했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있어 누수와 같은 큰 공사는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건설사들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하자보수는 아주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하는 쪽에서 보자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건설사들은 정부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을 완화하는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최근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규제를 풀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묻고 싶은 건 구조조정으로 인한 후폭풍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선량한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구조조정은 최대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